개표방송 끊고 드라마 편성한 MBC… ‘홍준표 유력’ 자막 사고까지

입력 2017-05-10 05:03
MBC가 9일 밤 대선 개표방송에서 당선 확률을 1.6%로 예상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유력’ 자막을 삽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확률은 97.0%였다. MBC 방송 화면촬영

제19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을 가장 먼저 중단한 방송사는 MBC였다. 개표방송은 보편적으로 수치상의 ‘당선 확정’까지 이어지지만, MBC는 ‘당선 확실’ 시점에서 중단하고 드라마를 송출했다.

MBC는 9일 오후 4시55분부터 시작한 대선 개표방송을 10일 오전 1시쯤 중단했다. 이어 30분 동안 ‘뉴스24’를 방송했고, 그 이후부터 대선 득표율을 자막으로 전환해 ‘자체발광 오피스’ 등 드라마를 편성했다. ‘뉴스24’가 대선을 다룬 보도편성인 점을 감안해도 개표방송 종료 시점은 오전 1시30분이었다. 지상파 방송 3사 중 가장 빨랐다.

KBS와 SBS는 개표방송을 오전 3시까지 진행했다. 이후 50분 동안 방송한 KBS '특집 19대 대통령 당선인'과 SBS ‘양희은의 광장콘서트 꽃길’은 개표방송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당선을 확정한 시점은 오전 2시37분. 문 후보는 개표율 90% 진입을 앞둔 이때 1143만2316표(득표율 40.2%)를 확보하고 미개표 426만4586개의 향방과 무관하게 대통령 당선인 신분을 얻었다.

KBS와 SBS는 개표방송에서 수치상의 ‘당선 확정’을 알릴 수 있었던 반면, 이미 1시간 전부터 뉴스까지 중단한 MBC는 그럴 수 없었다. 출구조사를 공동으로 발표하는 지상파 방송 3사이면서 공영방송사인 MBC가 정작 개표방송을 엉성하게 편성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나타났던 MBC의 보도 성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MBC는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여권 및 친박단체 편향 보도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문 당선인의 승리가 이미 유력하게 예상된 제19대 대선 개표방송을 무성의하게 편성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시청자들의 SNS 타임라인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런 오해를 가중할 방송사고도 있었다. MBC는 투표 마감 1시간 뒤인 전날 오후 9시쯤 개표방송 중 후보별 당선 확률을 문 당선인에게 97%,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1.6%로 예상하면서 정작 ‘유력’ 자막을 홍 후보 쪽으로 삽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