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다음에…" 논리 못넘은 심상정 ‘10%의 꿈’

입력 2017-05-10 04:30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오롯이 지지율만큼의 득표를 받겠다던 정의당의 ‘소망’은 다시 유예됐다.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를 받았던 심상정 후보 득표율은 약 5%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사표 방지’가 아닌 ‘소신 투표’를 강조했던 심 후보는 9일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 정치권에서 진보정당의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는 정의당은 그동안 대선에서 ‘양보’라는 명분에 밀려 항상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정당으로 각인돼 있다. 18대 대선에서 심 후보는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급선무라는 명분을 받아들여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보다 전인 15~17대 대선에서도 정의당의 뿌리가 된 민주노동당에서 권영길 후보를 냈지만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함께 진보 유권자의 표는 민주당으로 쏠렸다. 1~3%대 득표율에 그쳤다.

이런 과거를 의식한 듯 심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론과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략적 고려 없이 내 삶을 바꿀 후보자에 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TV토론회와 각종 공약을 통해 유권자 표심을 흔들면서 막판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 지지율은 10% 안팎까지 치솟았다. 정치권에서는 심 후보의 10% 득표 여부를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그러나 심 후보와 정의당을 향한 실제 표는 여론조사 지지율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물론 진보정당 후보로서 처음으로 약 5% 득표를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정권교체를 위한 ‘압도적 지지’를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측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선거전략을 여전히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동안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졌던 진보정당 이미지를 심 후보가 TV토론회 등을 통해 완화하면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심 후보는 이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없는 살림에 특별당비, 월차, 연차 내고 아침,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캠페인 하면서 열정과 헌신을 다해준 당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국민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을 받아 안아 정의당이 또다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