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 6개월' 악몽… 혹시 이번에도?

입력 2017-05-10 00:27


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소야대 국회로 인해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힌 사례는 적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무총리 임명에서부터 거대 야당의 견제에 시달렸다. 결국 김대중정부의 첫 내각은 전임 정부 총리였던 고건 전 총리의 제청에 따라 구성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도 외형상 비슷한 여건에 놓여 있다.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로 총리 임명부터 내각 구성까지 협조를 얻어가며 진행해야 한다.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국회에서 적지 않은 의석을 갖고 있어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될 가능성도 크다.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갈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79석을 얻는 데 그쳤다. 김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총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과 ‘DJP 연합’을 이뤄 1997년 15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새 정부는 출범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김 전 총리 임명을 집요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영삼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고 전 총리는 김대중정부 1기 내각을 제청하면서 사표도 함께 제출해야 했다. 이후에도 김 전 총리는 반 년 가까이 총리서리 신분으로 국정에 참여해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서리 진기록을 세웠다. 국회가 총리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안건 상정 후 167일이 지난 1998년 8월 17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역시 국회가 여소야대일 때 취임했다. 2000년 16대 총선 결과에 따라 원내 1당은 야당인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으로 옮김으로써 여소야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두 달간 직무정지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1987년 직선제 개헌 후 첫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했다. 당시 여당 민주정의당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125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노 전 대통령 시절 5공 비리 청문회가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여소야대 상황에 힘입은 바가 컸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을 창당,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