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문’ 이변은 없었다…시민들은 카페에서, 펍에서 개표상황 지켜봐

입력 2017-05-09 23:49 수정 2017-05-09 23:57
9일 오후 7시55분 고속터미널역. 출구조사 발표 시간이 다가오자 시민들은 TV 모니터에 집중하고 주위는 조용해졌다. 몇 분 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긴장된 분위기가 풀렸지만 이전 선거 때와 달리 큰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은 없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는 시민

대학생 최보근(25)씨는 “예상은 이미 하고 있었다”며 “혹시 이변이 있나 지켜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장신화(30)씨도 마찬가지였다. 장씨는 “예상했지만 투표율이 더 높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할 뿐이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카페M의 긴장감은 고속터미널보다 조금 더 늦게 풀렸다. 1~3위 대선후보의 출구조사가 나왔지만 이곳 카페 손님들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이곳의 분위기는 몇 분 후 4~5위의 출구조사가 나온 뒤에야 바뀌었다. 한 남성은 “야 다 꺼!”라고 허탈한 듯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카페M의 매니저 이제경(28)씨는 “이곳 사람들은 거의 정의당 지지자”라며 카페 분위기를 대신 설명했다. 이씨는 “우리는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출구조사 나온 거 보고 심상정 후보가 얼마나 나올지 계산하고 있었다”며 “심 후보가 7%정도 나오고 유 후보가 5%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반대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망원동 펍 ‘더탭스’에 모인 젊은층의 예상도 ‘어대문’이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서강민(32)씨는 친구 김동명(33)씨와 개표방송을 보러 왔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인 서씨와 김씨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는 게 당연한 결과라며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도 크게 기쁜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서울 구로구의 개표상황에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달리자 서씨는 박수를 치며 일어나 “역시 우리 회사 지역구야”라고 외쳤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펍 더탭스에서 개표 방송을 보는 시민

오후 9시25분쯤엔 3명의 여성이 펍으로 들어왔다.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배모(31·여)씨는 “1차로 근처 삼겹살 집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왔다”며 “다들 소리 지르고 건배 분위기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배씨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우리끼리는 ‘지난 4년간 잘 버텼다’고 위로를 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온 김모(36·여)씨는 추억에 잠긴 듯 지난 2012년 대선일을 떠올렸다. 그때도 세 친구는 함께 개표방송을 봤다. 김씨가 “을지로 통닭집에서 개표를 보고 집으로 가려고 광화문 쪽으로 가는데 어찌나 칼바람이 불던지”라고 하자 박모(34·여)씨는 “역시 봄에 투표하니까 좋은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질세라 배씨는 “심지어 내일은 유권자의 날”이라고 말하며 박수쳤다. 하지만 이내 세 사람은 “내일은 회사를 가야한다”며 아쉬워했다. 맥주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래는 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권중혁 이형민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