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결과?’ 차분하게 출구조사 결과 맞이한 서울역 대합실

입력 2017-05-09 23:43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결과를 지켜본 시민들은 차분했다.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에 함성도, 탄식도 크지 않았다. “선거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온 것 같다”며 기뻐하면서도 여전히 지역색이 큰 투표 결과에 한숨을 내쉬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후 8시쯤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전 앞에는 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 종료와 함께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알리는 초읽기가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4%로 크게 앞서는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역 대합실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침묵을 깬 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20대 여성의 환호성이었다. 이어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한 중년 여성이 “난리 났네 참”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사업가 서정필(65)씨는 “만족할 수는 없지만 예상했던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이 못 미더웠다는 서씨는 “아무래도 후보시절과 대통령 시절이 다를 테니 아쉽지만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고향인 대구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이라는 성모(67)씨 역시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면서도 “보수 10년, 진보 10년 이런 식으로 번갈아 집권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원하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크게 환호할 수 없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구가 고향인 대학생 박상현(27)씨는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 지역별 출구조사 결과가 타 지역과 큰 차이를 보이자 대합실 내에서 작은 야유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동대구역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으면 분위기가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이모(26·여)씨는 고향인 거창 지역의 선거 결과가 궁금해 몸을 TV 쪽으로 한껏 기울인 채 지역별 투표 현황을 지켜봤다. 이씨는 다른 지역과 달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옆에 있던 고향 친구 최모(26·여)씨에게 “우리 표는 대체 어디로 간 거냐”며 푸념을 했다. 이씨는 “고향 사람들과는 정치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