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제19대 대선 개표방송을 통해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시민들 머리 위에선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스마트폰 화면 빛이 물결쳤다.
출구조사 결과는 문재인 후보가 41.4%로 2위인 홍준표 후보 23.3%를 두배 가까운 포인트로 따돌린 것으로 나왔다. 세종대왕상 뒤쪽 개표방송 무대화면을 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와아”라고 환호성을 외치면서 박수를 쳤다. 곳곳에서 “이 정도 차이면 끝났어” “이겼어”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자마자 가족들과 통화하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한 20대 남성은 “아버지, 저 지금 광화문 JTBC 무대 앞이에요. 문재인이 될 것 같아요”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통화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무대 화면을 배경으로 사진 찍어주는 가족과 연인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광화문까지 온 김모(43·여)씨는 “출구조사 결과 보고 기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고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온 남편 박모(51)씨는 “사전투표 결과까지 반영되면 2위와 차이 더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성동구에 사는 홍관식(37)씨는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와인을 챙겨 광화문을 찾았다. 홍씨는 “와인과 안주 넉넉하게 챙겨왔다”며 “시민들과 축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인 홍씨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이주연(37·여)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 많지 않은 편인데 남자친구 덕분에 이런 경험도 해본다”고 전했다.
자녀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 노재호(40)씨는 아내와 딸 둘, 아들 하나 다섯식구가 함께 광화문 광장을 방문했다. 경기 광주시에서 1시간30분동안 차를 타고 왔다는 노씨는 “역사적인 현장에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다”며 “자녀들에게 민주주의 현장 교육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노씨의 장녀 이예빈(12)양은 “평소 부모님이랑 대선 결과 어떻게 될지 얘기 많이 나눴다”면서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 오른쪽에 청소년 모의투표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투표하고 왔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 나온 시민 다수는 개표방송 도중 문재인 후보가 1위가 나오면 환호성과 박수를 쳤고 다른 후보가 1위로 나오면 입을 다물거나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다수 시민들 사이에서 비판적 지지자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학생 김대현(20)씨는 “문재인 후보가 출구조사 1위할 줄 알고 있었다”면서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는데 출구조사 결과가 안 좋아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1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나머지 후보들 투표율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 것도 이번 대선의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갓 성년이 돼 처음으로 투표한 대학생 권아름(19·여)씨는 “사람들과 같이 카운트다운 외쳤지만 문재인 후보 1위라고 환호성 지르진 않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를 두고 고민하다가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면서 “문재인 후보 당선되면 공약 잘 지키는지 비판적 지지자가 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0시쯤에는 문재인 후보가 오후 11시쯤 광화문 광장을 찾는다는 속보가 방송을 통해 뜨기도 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양성식(32)씨는 “문재인 후보가 광화문 광장 찾을 수 있다는 얘기 들었다”면서 “당선이 확실시되면 광화문 광장에 있다가 문재인 후보를 보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약혼자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박소혜(30·여)씨도 “문재인 후보 올 때까지 있을 계획”이라며 “문 후보가 당선되면 공약 잘 지켜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구자창 이상헌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