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과 검찰·특검의 수사 및 구속으로 이어진 전직 대통령의 몰락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권교체’ 열망을 낳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맞물려 진행된 이번 대선에서 제1 야당 대표인 문 후보가 이런 열망의 수혜자였다.
특히 문 후보 측이 내세운 ‘완벽한 정권교체를 위한 압도적 지지’ 호소 전략도 유권자에게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으로 표가 분산될 경우 또다시 기존 정권이 집권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중도·진보 진영 유권자들은 안 후보의 2배에 가까운 예상득표율을 문 후보 측에 몰아줬다. 중도·진보 성향이 강한 20~50대 연령대에서 예상득표율 1위는 모두 문 후보가 차지했고, 지역별 예상득표율에서도 보수진영 텃밭인 경상남·북도와 대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문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밀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탄핵사태는 보수진영을 결집시키는 역할도 했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10%대 중반에 머물던 홍 후보 지지율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진적으로 올랐고 9일 출구조사에서는 23.3%의 예상득표율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보수진영 유권자의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당이었던 보수진영의 중심, 새누리당이 바른정당 탈당 사태로 쪼개지고, 후보 단일화마저 실패하면서 자칫 보수진영 전체가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막판 지지율 조사에서 위력을 떨치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 7.1%에 그친 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동정론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 예상 투표 상황을 보면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대구와 경남, 경북 표심은 홍 후보를 향했다. 홍 후보는 ‘헌재의 탄핵 결정’과 검찰·특검의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대선기간 내내 비난했다. 연령별로도 상대적으로 박정희·박근혜 부녀 정권에 우호적인 60~70대 유권자들은 홍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