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 예상득표율 1위를 달리며 선전한 원인은 '처절한 복기'였습니다. 문 후보는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펴냈는데요. 당시 책에서 부끄러울 만큼 패배의 원인을 복기했던 기억이 지금의 문재인을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잇따릅니다.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은 지난 6일 문 후보에 대한 지지 찬조연설을 하며 '복기'를 언급했는데요. 그는 "문 후보는 4년 전 선거에서도 복기를 잘했다"며 "내분으로 지리멸렬하던 민주당을 개혁해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의 자충수로 대한민국이 분노했다"며 "촛불민심이 포석을 깔아줬고 정석대로 돌을 놓아 판세를 키운 문 후보가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한 네티즌도 이 부분을 지적합니다. 네티즌 '눈 먼 시계공'은 "문 후보가 2013년 썼던 '1219 끝이 시작이다'는 책은 대선 패배를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하는 책이었다"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가 복기한 대로 다 했다"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문 후보는 민주당 혁신, 근본주의적 자세 타파, 후보 단일화에 목매달지 않기, 외연 확장, 인재풀 형성, 정당 중심의 캠페인 수행, 50대 세대 공략, 권력기관의 선거개입 방지, 지역구도 타파, 권력의지 실현 등 책에서 복기한 것을 모두 다 했다"고 평가내렸습니다.
실제 문 후보의 선전은 50대의 표를 공략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8대 대선 당시 48.02%를 득표해 박근혜 전 대통령(51.55%)에 뒤졌던 그는 19대 대선 출구조사에서 36.9%로 2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6.8%)를 앞질렀습니다.
지역구도 타파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전라도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2배 이상 앞선 데다 경상도에서도 20% 이상의 득표를 고르게 받으며 지난 대선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선명한 목소리를 내기보다 기조연설 등 정당 중심의 캠페인을 적극 활용한 것도 네거티브를 피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꼽힙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 문 후보는 41.4%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홍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23.3%와 21.8%로 뒤를 이었는데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각각 7.1%와 5.9%를 득표했습니다. 전국 투표율은 77.2%로 집계됐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