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안철수… 국민의당 호남기반 붕괴되나

입력 2017-05-09 20:06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자신의 정치인생 모든 것을 걸었다. 대선 공식 선거유세 첫날인 지난달 17일, 안 후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서울 노원병 지역구 국회의원 사퇴서를 국회사무처에 접수하는 것이었다. 돌아갈 곳 없는 배수진(背水陣). 사즉생(死卽生)의 대전을 앞두고 미련을 없애기 위해 본거지를 태우는 필승전법이었다.

대선을 위해 목소리까지 바꾼 안 후보이지만, 9일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3위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막말 논란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조차 밀릴 것으로 나왔다. 다 걸기가 실패하면 모든 게 무너진다. 당장 안 후보는 10일부터 사실상 백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택은 노원구에 있지만, 의원직을 스스로 버린 만큼 하반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쓸쓸히 지켜봐야 한다.

국민의당은 존폐 기로에 섰다. 개표결과 안 후보가 호남에서조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위를 내주는 것으로 나온다면 당의 존재 이유가 무너진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호남 약진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국민의당은 불과 1년여 만에 제3당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소지역주의로는 더 이상을 당을 유지할 명분도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벌써부터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합종연횡 이야기도 들린다. 민주당이 통합 내각을 추진하며 국민의당 개별 의원들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지워야 생존 발판이 마련된다. 어떤 경우든 안 후보의 입지는 급격히 소실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당이 살필 활로는 개헌과 지방선거다.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후보는 대선기간 동안 2018년 6월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국민투표 시기 정도만 일치했을 뿐 헌법 개정의 요체인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시스템 개혁에 대해선 후보와 정당별로 의견이 너무나 달라 추진 동력이 유지될지 미지수다.

안 후보로서는 우선 김종인 손학규 등 개헌 세력과 적극적 연대가 1번이다. 이후 집권세력과의 개헌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낸다면 일말의 복귀 희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력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많다. 동서남북 사면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 배수진이 실패하면 결국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사면초가(四面楚歌)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