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학생들 생존했으면 유권자… 대통령선거가 더 특별한 유족들

입력 2017-05-09 15:38
세월호의 단원고 희생자 윤민양 언니 최윤아씨가 지난해 4월 13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배포했던 그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열린 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다시 떠돌고 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생존했으면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의 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투표권을 얻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국민을 재앙적 사고에서 구하지 못한 정부. 이 정부를 헌법으로 퇴출하고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를 준비하는 국민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에게 이번 대선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는 9일 트위터에 “‘하늘 투표소’에서 친구들과 깔깔대고 장난치며 투표하겠다고 줄을 선 (유민양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침부터 눈물이 난다. 거리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엄마 아빠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은 진실을 밝힐 사람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유민양이 생전 급우들과 촬영했던 단체사진을 트위터에 띄웠다. 유민양은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탑승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의 2학년생이었다. 세월호에서 탈출했거나 구출됐으면 투표권을 얻는 성인으로 자랐을 것이다.

김씨는 어버이날인 하루 전에도 “세월호의 진실을 위해 반드시 투표해 달라.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세월호의 진상 규명뿐”이라며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다른 단원고 희생자 예진양 가족은 웃는 얼굴로 투표소를 찾았다. 예진양 어머니 박유신씨는 페이스북에 안산시 초지동 투표소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고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짧게 적었다. 사진에서 예진양 아버지 정종만씨는 밝게 웃으며 투표소 팻말을 가리켰다.

예은양 아버지 유경근씨는 세월호 희생자 연령대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시민들의 글과 사진을 옮기고 있다. 유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세월호 친구들의 몫까지 대신 투표해 달라’고 호소하는 시민의 사진을 소개하면서 20대 유권자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윤민양 언니 최윤아씨가 지난해 4월 13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배포했던 그림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다시 떠돌고 있다. 빨간 원에 매달린 여성의 손을 붙잡은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으로 기표 도장의 모양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SNS 이용자들은 이 그림을 배포하면서 투표 독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