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정치가 가족도 희생하게 만든다"며 치열한 선거전에서 느낀 소회를 털어놨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 정치판이 아이들까지 선거판으로 끌어들여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 아이들의 사생활은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문 후보는 '아이들' 얘기를 꺼낸 것은 아들 준용씨 관련 의혹이 선거 내내 끊이지 않고 제기된 점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 부인 김정숙씨도 고가 가구 구입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었다.
문 후보는 "가족들이 지난 번(2012년 대선 출마 당시)에는 말렸지만 이제는 자랑스럽다고 얘기합니다. 가족들은 정치 나서는 것 다들 반대합니다. 하지만 나서고 난 이후에는 다들 제 얘기를 존중하면서 힘들이 돼 줬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딸도 지지해줬고, 아내도 엉겁결에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됐습니다. 그동안 아내가 전국 다니면서 도왔었는데, 많은 분 만나 뵙고 인사하기도 했는데, 우리 아내도 단상 위 올라갔을 때 정신 없었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친 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 들어갔다가 한 시간 지난 오전 9시35분쯤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문 후보 부부는 주황색 등산복 상의를 맞춰 입었고 운동화 차림이었다. 문 후보는 “산책 좀 다녀올게요”라고 짧게 말한 뒤, 수행 비서와 경호원만 대동한 채 근처 백련근린공원으로 올라갔다.
이어 오전 10시35분쯤 공원 입구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문 후보 부부는 기자들과 함께 산책을 이어나갔다. 문 후보는 인근 바위에 올라 건너편 북한산을 지긋이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김씨는 언덕 아래쪽 길을 가리키며 “우리 손자 만나러 가는 길”이라며 웃었다.
그간의 선거 운동에 대한 소감을 묻자 김씨는 “(선거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며 말을 아꼈다. 문 후보는 ‘홀가분한 기분이 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홀가분 안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이팝나무를 바라보며 “(꽃을) 모르고 봐도 예쁘지만 알고 보면 조금 더 예쁘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멀리서 보면 그냥 부슬부슬한 흰밥 같아서 이팝나무라고 부른다”며 “광주 5븡18민주묘지에 들어가는 길에 이팝나무 가로수가 쭉 조성돼있는데 5븡18 그 시기에 만개한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이팝나무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