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투표를 마친 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나선 산책에서 ‘이제 홀가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김 여사와 자택 바로 옆 백련근린공원을 통해 산에 올랐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이제 대답 안 합니다”라고 답했다.
문 후보도 대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산에서 자라는 식물과 북한산 비봉에 있는 진흥왕순수비로 화제를 돌렸다.
문 후보가 “도로 때문에 산이 끊겼는데, 은평구청장이 생태다리를 놔서 북한산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문을 열자 김여사는 “우리 손자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호응했다.
바위에 걸터 않아 북한산을 바라보던 문 후보는 손을 들어 신라 진흥왕순수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북한산 가운데 사모 바위 옆 꼭대기에 높은 거 있죠. 그게 진흥왕 순수비”라며 “내가 처음에 갔을 때는 북한산 순수비가 있었다는 안내판만 있었는데, 유홍준 문화재청장한테 얘기해 실물하고 똑같은 이미테이션을 세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주변 나무를 바라보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며 혼잣말 한 뒤 '이제 홀가분 하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옅은 미소와 함께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언덕을 내려오며 대화는 나무와 꽃으로 옮겨갔다. 아카시아 나무를 본 문 후보는 “이름은 정확히 ‘아카시 나무’인데 숲을 황폐화한다고 해서 많이 베어내서 요즘은 흔치 않다”며 “양봉도 중요하니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할까 그런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어“박정희 시절에 한창 조림할 때 빨리 자라는 속성수라서 많이 심었다”고 덧붙였다.
또 문 후보는 한 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 이름이 뭐게요?”라고 물었다. 누가 ‘조팝나무’라고 답하자 “이팝나무”라고 바로잡으며 식물 지식을 뽐냈다. 그는 “저기 조그만한게 조팝이고, 멀리서 보면 부슬부슬한 흰 밥 같다고 ‘이팝’이라고 불렀다”며 “(광주) 5·18 묘역에 들어가는 길 2∼3㎞에 이팝나무 가로수가 있는데 딱 5·18 시기에 만개한다”고 소개했다.
문 후보는 산책을 마치며 ‘오늘 결과가 나올텐데’ 하고 묻는 기자에게 “이제 얘기 그만”이라고 답한 뒤 웃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