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마친 문재인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 의미심장한 말

입력 2017-05-09 15:14 수정 2017-05-09 15:2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정숙 씨가 9일 오전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 뒷산에 올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후보 캠프 제공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투표를 마친 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나선 산책에서 ‘이제 홀가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김 여사와 자택 바로 옆 백련근린공원을 통해 산에 올랐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이제 대답 안 합니다”라고 답했다.

문 후보도 대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산에서 자라는 식물과 북한산 비봉에 있는 진흥왕순수비로 화제를 돌렸다.

문 후보가 “도로 때문에 산이 끊겼는데, 은평구청장이 생태다리를 놔서 북한산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문을 열자 김여사는 “우리 손자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호응했다.

바위에 걸터 않아 북한산을 바라보던 문 후보는 손을 들어 신라 진흥왕순수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북한산 가운데 사모 바위 옆 꼭대기에 높은 거 있죠. 그게 진흥왕 순수비”라며 “내가 처음에 갔을 때는 북한산 순수비가 있었다는 안내판만 있었는데, 유홍준 문화재청장한테 얘기해 실물하고 똑같은 이미테이션을 세웠다”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 뒷산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후보 캠프 제공)

문 후보는 주변 나무를 바라보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며 혼잣말 한 뒤 '이제 홀가분 하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옅은 미소와 함께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언덕을 내려오며 대화는 나무와 꽃으로 옮겨갔다. 아카시아 나무를 본 문 후보는 “이름은 정확히 ‘아카시 나무’인데 숲을 황폐화한다고 해서 많이 베어내서 요즘은 흔치 않다”며 “양봉도 중요하니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할까 그런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어“박정희 시절에 한창 조림할 때 빨리 자라는 속성수라서 많이 심었다”고 덧붙였다.

또 문 후보는 한 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 이름이 뭐게요?”라고 물었다. 누가 ‘조팝나무’라고 답하자 “이팝나무”라고 바로잡으며 식물 지식을 뽐냈다. 그는 “저기 조그만한게 조팝이고, 멀리서 보면 부슬부슬한 흰 밥 같다고 ‘이팝’이라고 불렀다”며 “(광주) 5·18 묘역에 들어가는 길 2∼3㎞에 이팝나무 가로수가 있는데 딱 5·18 시기에 만개한다”고 소개했다.

문 후보는 산책을 마치며 ‘오늘 결과가 나올텐데’ 하고 묻는 기자에게  “이제 얘기 그만”이라고 답한 뒤 웃었다.

사진=문재인 후보 캠프 제공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