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뚜벅이 유세로 날씬해져서…" 긴장 속 농담 한마디

입력 2017-05-09 14:4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2시 여의도 당사에 도착했다. 오전에 투표한 뒤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당직자와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당사를 찾았다.

유세 때 이용한 회색 밴을 타고 온 안 후보는 아침 투표 당시처럼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차에서 내려서 당사 건물 벽면에 있는 지지자들 벽보 편지로 다가갔다. 강원도 원주에서 지지자가 직접 손으로 쓴 벽보 등이 붙어 있었다. 오른편부터 왼편으로 천천히 손을 얹으며 읽어나갔다. 메모지 등에 적힌 메시지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누가 쓴 거예요?" (안철수)
"지지자들이 손으로." (당직자)
"아아~ 예." (안철수)

한 메모지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묵은 때를 초록색 타올로 벗기라는 거군요 하하하."
'국민바라기'라고 적힌 장식물 앞에서는 감동한 표정을 짓고는 "아유, 이걸 손으로..."라고 했다.

1층 소통실 들어서자 당직자들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안 후보는 일일이 20여명과 악수하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한 당직자가 "살이 쭉 빠지셨다"고 하자 크게 웃었다. 2층 상황실에선 중년의 여성 당직자가 안 후보 포스터에 사인을 요청했다. 안 후보가 웃으며 "왜 또 새삼스럽게"라고 하자 당직자는 "내일이면 못뵈니까요. 대통령 되시면"이라고 답했다.

5층 브리핑룸에는 책상과 의자 사이사이로 좁은 틈새를 지나다니며 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걸었더니 날씬해져서 다닐 수 있어요."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초조함과 긴장감을 비집고 그의 입에서 농담 한마디가 새어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당사에 도착하기 전 집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혔다. 

"정치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제 역활을 할 수 있습니다. 투표율이 낮으면 정치가 국민 무서운 줄 몰라 자기 멋대로 하게 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정치가 국민 무서운 줄 알게 하려면 투표에 적극 참여하셔야 합니다. 지난 대선, 그 전 대선보다 훨씬 높은 투표율로 국민의 힘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