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 1시 현재 투표율이 55.1%로 집계됐다. 사전투표율 26.06%를 합산한 수치다. 최종 투표율 75.8%를 기록한 2012년 18대 대선일의 오후 1시 투표율은 45.3%였다. 5년 전보다 10%포인트 높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최종 투표율이 80.7%였던 1997년 15대 대선의 오후 1시 투표율 47.3%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80%대 후반의 투표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선보다 투표 시간이 2시간 길어진 데다 다섯 후보 진영에서 앞 다퉈 투표 독려 활동을 벌이고 있고, 투표일에 온라인 선거 활동이 자유로워진 까닭에 투표율 고공행진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4247만9710명 중 2336만2427명이(사전투표자수 1107만2310명+선거당일투표자수1229만0117명) 오후 1시 현재 투표를 마쳤다. 전북이 61.4%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광주(61.2%)와 전남(60.5%)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서울은 55.8%, 경기도는 54.4%를 기록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3김 시대'와 그 이후로 나뉜다. 대통령 직선제가 전격 실시된 1987년 13대 대선은 무려 89.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의 '3김' 정치인이 모두 출마했을 때다. 유권자 2587만명 중 2306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탄생한 1992년 14대 대선은 81.9%,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은 80.7%였다. 투표용지에 '3김' 정치인의 이름이 있던 13~15대 대선 투표율은 모두 80%를 넘겼다.
이들이 사라진 16~18대 대선에선 60∼70%대에 그쳤다. 노무현 대 이회창의 대결이던 2002년 16대 대선 투표율은 15대보다 10%포인트가 뚝 떨어진 70.8%였다. 이명박-정동영 후보가 맞붙어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던 17대 대선은 63.0%로 민주화 이후 가장 낮았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18대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 대결, 젊은층과 장년층의 세대 대결이 벌어져 75.8%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80% 벽은 넘지 못했다.
19대는 대선 사상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에서 11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미리 한 표를 행사했고, 민주화를 가져온 6월 항쟁 직후의 13대 대선처럼 박근혜정권을 무너뜨린 촛불시위 직후의 선거여서 1987년 89.2% 기록에 도전할 만하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적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건 그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높은 투표율은 장년층보다 투표 참여도가 낮은 젊은층이 많이 투표했다는 뜻이었다. 2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율을 비교하면, 1997년 68.2%와 81.9%, 2002년 56.5%와 78.7%, 2007년 46.6%와 76.3%, 2012년 68.5%와 80.9%로 늘 60대 이상이 더 높았다. 따라서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80%를 웃돌 만큼 높아진다면 젊은층의 적극적인 참여, 즉 진보적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장년층 유권자 수가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번 대선 유권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60대 이상이 24.4%로 가장 많고, 20대가 15.9%로 가장 적다. 50대 이상 장년층을 합하면 44.4%가 되지만, 30대 이하 청년층은 다 더해도 35.1%에 그친다.
청년층과 장년층 투표율이 똑같이 상승할 경우 장년층 표의 파괴력이 더 큰 상황이 됐다. 청년층 투표율 상승의 위력이 예전처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