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선거운동기간 중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는 얼마나 적중할까? 역대 대선에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가 대부분 실제 표심과 일치했다. 그러나 지난해 4·13 총선과 최근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가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도 커지는 중이다.
지금까지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적중률이 높은 편이었다. 17대 대선 당시 마지막으로 공개된 여론조사는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순의 득표율을 예상했다. 실제 투표 결과는 이명박 48.7%, 정동영 26.1%, 이회창 15.1% 순으로 나타났다. 후보별 득표율과는 차이가 있지만 비교적 정확하게 결과를 맞췄다.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나왔고, 이는 투표 결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는 15대 대선의 김대중, 16대 대선의 노무현 후보 당선도 꽤 정확히 예측했다. 후보 수가 적었고, 그만큼 돌발변수가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선처럼 후보 난립 양상을 보였던 1987년 13대 대선에서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순의 득표를 정확히 예견했다. 특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득표율 예상은 실제 결과와 각각 1%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교했다.
그러나 최근엔 여론조사 결과가 곧 투표 결과라는 선거 공식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이 대표적 사례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새누리당 157~175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2석, 정의당 3~8석이라는 예상 답안을 내놨다. 실제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123석의 더불어민주당에 1당 자리를 내줬다. 국민의당은 38석으로 약진했고, 정의당만 예상 범위 내인 6석을 얻었다. 일각에서 여론조사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대선 직전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61번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당선을 예상한 건 6차례에 불과했다. 미국 유권자뿐만 아니라 세계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보들은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각자 상황에 맞게 차용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더욱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달라”고 호소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해 총선처럼 여론조사를 뒤집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지율 2~3위를 기록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잡아야 한다는 ‘적폐청산론’을 들고 나섰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