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건은 핵·미사일 개발 포기다.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가 최근 비공식 채널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조건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한으로 전달된 협상 조건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일 밝힌 북한 체제 유지를 보장하는 4가지 카드가 담겼다. 그동안 미국이 추진했던 북한 정권교체, 김 위원장 체제 전복, 남북통일 가속, 미군의 북진 등 적대적 대북정책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달 태양절(15일·김일성 생일) 105주년, 인민군 창건일(25일) 85주년을 맞아 군사 도발 수위를 높이자 대북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반도 해역 배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으로 군사·경제적 압박을 병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과 대화 가능성을 열었지만, 대화 추진 정황이 구체적으로 전해진 것은 처음이다. 다만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를 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북한의 수락 여부는 미지수다. 회담 장소 역시 미국으로 지목돼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권력자 사상 처음으로 방미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일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 참패한 오바마 행정부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는 ‘전략적 조급’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 또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