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에 나오는 금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입력 2017-05-08 17:46 수정 2017-05-08 17:47
5·18 광주민중항쟁의 열흘 간을 최초로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판이 32년 만에 나온다.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광민회)는 오는 11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 전면증보판을 출간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985년 당시 풀빛출판사가 발간을 맡았던 이 책은 200쪽, 원고지 700장 분량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10일간의 광주 기록을 담고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대학생, 사회운동가 10명이 1981년부터 4년 간 모은 자료가 토대가 됐으며 이들이 소설가 황석영씨에게 책의 감수를 맡겼고 발간을 풀빛출판사에 의뢰했다.

그러나 이 책은 풀빛출판사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제본소에 맡겨져 있던 1만여권이 압수됐고 한 동안 금서가 됐다.

그해 여름 신동아가 책 내용을 연재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고속복사기로 하루에 500∼1000권을 찍어 비밀리에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일본어판과 영어판으로 출간돼 5·18 민주화운동을 알리는 대표적 백서가 됐다.

현재까지 50만~100만권 정도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 책의 개정증보판이 32년 만에 출간되는 것이다.

개정판은 1985년 발간된 책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진실을 담고 있다.

1980년 5월23일 광주 주남마을과 학운동 버스 봉고차 총격 사건, 5월24일 광주 송암동 주민 학살 사건의 정확한 내용 등 신군부에 의해 고립된 광주 상황이 새롭게 실린다.

또 시민들이 만든 유인물에 의존해 기록했던 초판과 달리 개정판은 당시 현장 계엄군들이 주고 받았던 군(軍) 무전기록, 5·18 이후 군인들이 작성한 수기, 광주 시민군들의 증언 등을 통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재판 기록과 판결 내용을 법적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정리해 5공 세력들의 조작과 5·18 역사 왜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 5월20일 밤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이뤄진 사실과 당시 사망자가 2명이 아닌 5명이라는 점, 21일 오후 1시께 도청 앞 집단발포 당시 상황, 27일 도청 진압작전 관련 내용을 증언과 조사로 복원시켰다.

320면에 불과했던 초판에 비해 개정증보판은 1.8배에 달하는 580면이 넘는 분량이다.

오는 11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정증보판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린다.

또 같은 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개정증보판을 국내외로 보급하고 5·18을 정신을 알릴 수 있는 비용 마련을 위해 ‘클라우드펀드'가 시작된다.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32년 전 초판이 ‘폭도들의 무장난동'으로 왜곡된 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증보판은 2008년 보수정부 집권 이후 갈수록 노골화된 역사 날조와 폄훼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판이 전두환 정권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폭로, 1987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증보판은 박근혜 정부의 탄핵 이후 극우 수구세력의 역사왜곡에 맞서 우리 현대사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인권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