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코스피지수가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글로벌 경기 동반개선, 기업실적 호조, 새 정부 정책 기대감 등 ‘3박자’를 타고 대세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대선 결과의 여파 등을 장애물도 여전히 존재한다.
코스피는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2290선마저 돌파했다. 전 거래일보다 51.52포인트(2.30%)나 오른 2,292.76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과 장중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 거래일보다 4.37포인트(0.19%) 오른 2245.61로 개장했고, 줄곧 상승 흐름을 유지하다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다. 종가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들은 예상한 이번 주 등락 상한선 2270을 단숨에 넘어섰다.
이런 흐름에 대해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으로 여전히 매력이 높다”며 기업 가치 대비 코스피지수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몇 년간 70조~80조원 수준이던 상장법인 순이익은 지난해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이 설비투자를 이끌고 있고 소비심리도 회복세다.
대선 후 경기 부양 등 정책 기대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13~18대 대선 전날에 코스피지수는 모두 올랐다. 1997년 15대 대선 전날 코스피지수는 3.52% 뛰면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유력 대선 주자들이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증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업종·종목별 편차가 갈수록 커지고, 외국인의 ‘코스피 대형주 쏠림’이 두드러지는 점은 고민거리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10.6% 오르는 동안 대형주는 11.9% 상승했다. 대형주가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534조1188억원(36.72%)에 이른다. 2007년 5월 25일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6조7561억원을 사들였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4657억원을 사는 데 그쳤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조643억원을 순매도하고, 코스닥시장에서 1조3955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가 연일 횡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의 고공비행이 개인에겐 사실상 ‘남의 집 잔치’인 셈이다.
여기에다 미국·유럽의 금리인상 흐름은 변수다. 이번 주에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연설이 잇달아 있다. 김병연 연구원은 “연설하는 연방준비제도 위원 중 매파 성향(기준금리 인상)이 상대적으로 많아 금융시장에 일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대북 정책도 증시에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넘어야 할 산이 돼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