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보 왜 찍으셨죠?”… 확 달라진 '심층출구조사'

입력 2017-05-08 07:53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셨나요?”
“그 후보를 찍은 이유는요?”
“학력과 소득 수준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차기 정부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9일 대선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 일부는 출구조사원에게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지난 선거까지 “누구를 찍었느냐”만 묻던 방식이 이번에 확 바뀌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국내 선거 최초로 ‘심층출구조사(Exit Poll with a Long-form)'를 도입했다.

KBS MBC SBS는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예측조사위원회(KEP)’를 구성해 새로운 출구조사를 준비해왔다. 심층출구조사는 “누구에게 투표했나”뿐 아니라 “누가 투표했나” “왜 투표했나”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등을 파악하는 조사 기법이다.

지상파 3사는 이런 출구조사를 전국 330개 이상 투표소에서 진행한다. 투표자에게 성별, 연령, 소득, 지역, 교육 수준, 결혼 여부, 종교 등 인구통계학적 질문을 던져 성향을 파악한다. 이어 후보 결정 요인, 정치 성향, 차기 정부 과제, 사회 현안 의견 등 심층적인 질문을 추가로 던진다.

KEP 관계자는 “지지 후보만 묻는 기존 출구조사와 심층출구조사를 병행하고 그 결과에 통계학적 가중치를 부여한다”며 “어떤 배경과 생각을 가진 국민이 어떤 후보를 지지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과 기대 때문에 지지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심’을 좀 더 정확하고 깊숙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사 방식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막대한 비용 때문에 시도되지 못했다. 지상파 3사는 10억원 이상 소요되던 기존 출구조사에 비해 훨씬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EP는 심층출구조사를 위해 통계학과 언론학 전문가를 대거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 숙명여대 통계학과 김영원 교수, 서강대 경영학과 이윤동 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 등이 참여했다.

박유성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껏 출구조사라고 했던 건 사실상 출구조사가 아니었다. 학문적으로 말하면 이번에 시도하는 출구조사가 진짜 출구조사”라며 “선거 보도를 출구조사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한 출구조사가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심층출구조사 결과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민이 어떤 이유로 어떤 정책과 후보를 지지했는지 보여준다. 국민의 생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어서 당선자가 국정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통해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조사”라고 했다.

지상파 3사는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2010년 지방선거부터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KEP를 구성, 공동 출구조사를 벌여왔다. 초박빙 접전이 벌어졌던 2012년 대선에서도 총 투표자의 0.36%인 샘플로 당선자 예측에 성공했다. KEP는 이번 대선에서 심층출구조사를 통해 정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