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시장, ‘정부가 안하면 우리가 한다’

입력 2017-05-07 19:48
람 이매뉴얼 미국 시카고 시장 [AP뉴시스]

람 이매뉴얼 미국 시카고 시장이 ‘기후변화 어젠다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역행하며 각종 환경정책을 퇴행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도시 시장이 ‘연방 정부가 안하면 우리가 한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버락 오바마 집권 1기 첫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이매뉴얼 시장은 시카고 시청 홈페이지에 최근 새로운 항목을 하나 선보였다.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트럼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자체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기후변화 관련 항목을 그대로 복구한 것으로 사라졌던 기존의 관련 자료가 원형 그대로 복원됐다.

  이 신설항목의 머리글에는 “시카고 시청은 아래의 정보들이 EPA와 다른 연방 기관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고 대처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며 “현재 EPA 홈페이지에서 이런 정보들을 찾아볼 수 없지만, 우리는 기후변화가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을 잘 알며, 앞으로 계속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시카고 시청 홈페이지에 부활한 미 연방 환경보호청(EPA)의 사라진 ‘기후변화’ 페이지

  시카고에서 부활된 인터넷 페이지는 기후 변화의 원인과 변화 추이, 기후변화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소개했고 시카고가 위치한 미 중서부의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꾸며졌다.

  이매뉴얼 시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의 현실에 대해 과학자들과 연방 공무원들이 지난 수십 년간 해온 일들을 지우려 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회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기후변화가 ‘거짓'이라는 ‘거짓 주장’을 반복해 온 트럼프는 “과도한 환경규제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하며 대대적인 규제 철폐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자신의 환경 관련 공약을 빠른 속도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 초대 EPA 청장인 스콧 프루잇 역시 ‘반환경론자’로 악명 높은 인물로 여전히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그는 한술 더 떠 트럼프 취임 직후 기후변화 정보를 EPA 홈페이지에서 없앤 것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관련 자료를 유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시카고 시청 홈페이지에 운영 중인 ‘기후변화 행동 계획’ 페이지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