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이번에도 재난안전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택 30여채가 불에 타고 300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해당 지자체와 국민안전처에선 '재난 문자메시지'를 한 통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릉, 삼척, 상주에서 6일 발생한 산불은 초기에 진화되지 않아 야간 산불로 번지며 산림 140여ha와 민가 31채를 태웠다. 초속 20m가 넘는 강풍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인근 마을이 순식간에 화마로 뒤덮였다.
강릉 산불은 한때 강릉교도소 담장까지 불이 번지면서 재소자 분산 이감이 검토되기도 했다. 바람과 함께 불길이 잦아들어 재소자 이감 계획은 취소됐다. 강릉에선 311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강릉시 선상초등학교 등에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7일에도 강한 바람에 여전히 잔불을 정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삼척에서 난 산불은 아직도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 오전 11시42분 삼척시 도계읍 점리 인근 야산에서 난 불은 7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문자메시지는 7일 오후 4시4분 강원 고성·양양·속초·삼척·동해 등 건조경보가 내려진 지역에 보낸 “입산 시 화기 소지 및 폐기물 소각 금지 등 화재 주의” 내용이 전부였다.
SNS도 먹통인 건 마찬가지였다. 국민안전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7일에야 강릉 등지에서 산불 진화 중이라는 메시지와 산불 예방 및 행동요령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후에도 주민대피령이나 피해 상황 등은 전해지지 않았다.
안전처 측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산불 발생 시 수습 주무부처는 산림청”이라며 “산림청이나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에서 문자발송 요청이 없어 발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불 정보를 제공해야 할 산림 당국의 홈페이지나 SNS도 제 구실을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인근 마을에서 대피 안내 방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 역시 재난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측은 “재난포털 사이트에 표출되는 재난 관련 정보는 산림청·기상청 등 정부기관에서 실시간 보내오는 데이터를 별도의 입력 과정 없이 자동 표출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산불 관련 정보가 제대로 표출되지 않았던 것은 산림청에서 잘못된 정보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