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0년만에 재개봉한 까닭은?

입력 2017-05-07 14:29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공식 포스터. (주)퍼스트런 제공.


2006년 10월 25일 개봉했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지난 3일 국내에서 재개봉했다. 데이빗 프랭클이 연출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기자가 되려는 앤드리아(앤 해서웨이)가 뜻하지 않게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입사해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비서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극장가에서는 과거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줬던 영화를 리메이크 없이 다시 스크린에 올리는 '재개봉'이 뚜렷한 추세로 자리 잡았다. ‘이터널 선샤인’ ‘비포 선라이즈’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재개봉 흥행에 성공했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그 대열에 동참했다.

10년 전 영화 '악마는…'이 재개봉작으로 선정된 요인은 '패션'과 '연기', 그리고 '오피스물'이란 점이었다. 10년 이상 지났음에도 패션잡지를 무대로 한 영화 속 패션은 충분히 세련되고 화려하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이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지만 유행을 거스르는 패션을 선보였다는 '역설'이 이 영화를 다시 스크린으로 불렀다.

'악마는…'의 스토리라인은 '구직에 나선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얼개로 하고 있다. 직장생활의 각박한 현실이 조금은 과장되게, 그러나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비슷한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청년층과 직장인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한 오피스물인 데다, 희망적인 결말을 가졌다.

요즘처럼 모두가 힘겨워하는 사회 분위기에선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아름다웠던 과거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과거 명작 영화들의 '귀환'은 이런 추세를 타고 다시 스크린에 복귀하고 있다.

'악마는…'의 미란다 캐릭터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영화 속 역대급 걸크러쉬 캐릭터' 순위 투표를 진행한 결과 1위는 약 60%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미란다였다. 여기에는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가 큰 몫을 했다.

메릴 스트립은 화려하지만 치열한 패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일에 철저한 인물을 연기했다. 차갑고 서늘하다 못해 쌀쌀맞은 캐릭터지만 반복되는 이혼의 비참함을 겪었고, 자신을 떠나는 앤드리아를 향해 미소 짓는 다정함을 감추고 있다. 그렇게 메릴 스트립은 전문직 여성의 강인함, 사랑에 실패한 여성의 위태로움, 자기 사람을 아끼는 상사의 마음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메릴 스트립이란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1977년 영화 ‘줄리아’로 데뷔해 41년째 연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죽어야 사는 여자’ ‘디 아워스’ ‘맘마미아’ ‘철의 여인’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어바웃 리키’ ‘플로렌스’ 등 무려 72편에 출연했다. 특히 ‘철의 여인’에서 연기한 마거릿 대처나 ‘플로렌스’에서 연기한 플로렌스를 보면 같은 배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철의 여인'으로 2012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플로렌스'로 지난해 ‘크리틱스초이스’ 코미디영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