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차별금지법... 누가 말바꾸기 하나

입력 2017-05-07 13:33 수정 2017-05-08 19:26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기독교인에게 동성애와 동성결혼 문제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판단기준 중 하나다. 성경적 가치관에 위배되는데다 창조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신앙 양심을 침해하고 이단 및 동성애 문제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차단하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견해도 주된 관심사다. 표심에 따라 주요 대선후보들의 발언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총정리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 후보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 반대”, ‘동성애자 처벌'등 극단적 주장은 한국교회 입장과 달라

동성애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밝힌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다. 그러나 보수 교계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사실관계와 대응방향 등을 과장한 극단적 주장을 내놓아 교계 여론을 오히려 왜곡하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신촌 거리유세에서 “동성애 한다고, 그거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에 에이즈가 1만4000명”이라면서 “(한국사회가) 그걸 쉬쉬하고 말을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소수자들이라고 서울시장이란 사람이 서울시청 앞에 동성애자 파티나 열어주고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라면서 “그런 거는 진짜 하늘의 뜻에 반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런 것 나는 용서 안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펴다 에이즈 감염인 수를 과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내 에이즈 감염인 수는 2015년 기준 1만500명이다.

홍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회에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 “차별금지법이 사실상 동성애 허용법이다”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퀴어축제 개최, 군형법 폐지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어 27일에는 충남 서산 유세에서 "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기 때문에 법적 금지가 아니고 엄벌해야 한다"는 강경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신앙원칙에 따라 동성애라는 죄는 비판하지만 동성애자 자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홍 후보의 ‘동성애자 처벌' 주장은 한국교회의 입장과 거리가 멀다.  

홍 후보측은 지난달 20일 기독교공공정책 발표회에서도 “동성애 비판의 자유를 억제하는 법은 있을 수 없다”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 지금까지 반대해왔고 앞으로도 반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홍 후보는 지난달 30일 ‘불교계는 수년 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는데 법 제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법보신문의 질문에 “차별금지법에서 대상이 되는 분들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입장과 견해가 있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고,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체적인 이유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차별을 금지하자는 정신은 동의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진전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답변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유승민 후보는 ‘차별금지법 정신 실현' ‘법 제정 검토' ‘법 반대' 등 엇갈린 입장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014년 인권교육지원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인물이다. 이 법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군대 등과 협의해 인권교육에 관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인권교육을 시행하자는 것이다. 

유 후보는 “동성애 옹호 및 확산법안으로 국민 생활에 큰 혼란을 줄 것” “동성애 차별금지 교육이 진행될 것”이라는 한국교회의 저항에 부딪힌 뒤 법안을 철회했다. 그는 지난 1월 동성결혼 찬반을 묻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 대해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2월엔 ‘동성결혼 합법화가 전세계적 추세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언론사 편집인의 질문에 “법 제도로 그렇게 당긴다고 해서 금방 국민들 인식까지 바뀌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할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선 “정의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의 정신을 구체화해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며 “UN인권이사회에서 권고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국 상황에 맞게 보완해 제정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 측은 지난달 20일 기독교공공정책 발표회에서 “헌법상 혼인은 양성 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분명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며 “에이즈나 각종 성병 등 질병으로 고통 받는 동성애자들의 치유와 질병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동성애를 옹호 조장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10일만에 유 후보의 입장은 초점이 달라졌다. 그는 법보신문에 보낸 답변서에서 “한 명 한 명 모든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의 정신을 살려서 한국적 현실에 맞게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후보측은 8일 국민일보 보도 후 해당 언론사에 요청해 답변을 “차별금지의 헌법정신은 살려나가야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한국적 전통 및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동성애를 옹호 조장 확산할 소지가 있어 우려하고 있다”로 수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후보 “성적 지향 차별 사라지게 해야”…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반대 ‘오락가락'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012년 대선후보 인권공약 토론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다양한 차별을 금지하는 기본법이자 모법으로 삼아 다른 분야에서도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예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느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공개질의 때도 국민의당은 “찬성”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 3월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성 간 성행위를 뜻하는 ‘성적 지향'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문 후보 다음으로 강경한 발언이다. 

그는 차별금지법 제정 의견에 대해 "사회적 상상력을 통해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민족적 배경, 종교, 국적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이 사라지게 해야 비로소, 모두가 존엄한 존재로 대우받게 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서 안 후보측은 기독교공공정책 발표회 때 보낸 공식 답변에는 “우리사회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함.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독교공공정책 발표회 현장에선 다른 발언이 나왔다. 이날 안 후보측 인사는  “헌법 법률 조례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동성애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할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내놨다.

이어 “동성애 동성결혼 법제화를 절대 반대하며 성평등이라는 표현은 앞으로 양성평등으로 해서 정책을 바꾸고 한 치의 오해도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는 26일 국민일보로 공문을 발송하고 “동성결혼은 사회적으로 좀 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동성애는 허용이나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의 개인적 판단의 문제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정해야 한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정책본부는 몇시간 뒤 뒤집은 입장을 전면 취소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4일 뒤 차별금지법 제정 의사를 묻는 법보신문의 질문에 “인종, 성별, 민족적 배경, 종교, 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이나 특권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국민적 공론화를 바탕으로 서로 합의하여 법제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가 당초 밝혔던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후보 “차별금지법 제정하겠다, 안 하겠다, 하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8대 대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실제로 2013년에 차별금지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월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합법화를 묻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 “전통적인 가정, 가족, 결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지함. 그러나 혐오와 차별에는 반대한다”로 입장을 바꿨다. 2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했을 때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어 인권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차별금지사유를 확대해야 한다” “성평등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문 후보의 주장대로 헌법이 개정되면 동성애에 대한 비판은 최고 상위법인 헌법으로 제재할 수 있게 된다. 국가인권위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키고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하면 ‘성적지향(동성애)’이 헌법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동성애에 대한 비판은 원천봉쇄 된다. 동성애 옹호‧조장 인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차별금지법이 ‘미사일’ 수준이라면 문 후보가 내건 헌법개정 구상은 ‘핵폭탄’ 급이다.

지난달 25일 TV토론회에선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혼 합법화할 생각 없다”면서 “동성애 차별은 반대한다.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돼선 안 된다. 차별하지 않는 것과 동성혼 합법화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난 지난 3일 117명의 동성애자들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해 달라는 ‘2017 대선 게이 커뮤니티 요구안’에 대해선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문 후보는 “성소수자 권리보장과 인권침해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 대한 차별금지의 문제를 더 폭넓게 더 깊이 고민하며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배제를 금지하겠다”면서 “다양성 존중과 공존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법보신문에 보낸 답변서에서 “헌법 등에서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법으로 금지한 평등권 침해와 차별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심상정 후보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폐지” 확실히 약속

동성애 동성결혼 문제와 관련해 가장 우호적인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그는 TV토론회에서 “동성애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한 차별금지법을 후퇴시킨 문재인 후보에게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해 달라는 ‘2017 대선 게이 커뮤니티 요구안’에 대해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동반자등록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평생교육기관 등에 인권교육 과정 개설을 의무화 하겠다”면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등에 대한 언론 등 대중매체의 차별조장 광고를 규제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혐오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법보신문에 “유력후보들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후보는 심상정밖에 없다”면서 “다양성이 존중 받는 사회가 한발 더 나아간 사회다. 이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변서를 보냈다. 심 후보는 2008년 2013년 각각 차별금지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