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 산불 밤새 이어져…민가 31채 불타

입력 2017-05-07 01:54
강원 영동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만나 계속 확산되면서 민가 31채를 집어삼키고 산림 40㏊를 태웠다. 주민대피령이 내려져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산림청은 이 지역 산불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시켰다.

다만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 19대는 일몰로 인해 철수하면서 인력만으로 불을 끄고 있어 밤새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림당국은 지난 6일 오후 3시40분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야산에서 실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고 밝혔다. 헬기 5대, 진화차 23대, 소방차 39대, 개인장비 900점과 함께 산림공무원 및 산불진화대 2803명이 진화에 투입됐다. 헬기 5대와 2295명의 인력은 일몰로 철수한 상태다. 해가 지도록 불길이 잡히지 않아 7일 오전 12시30분 기준으로 508명이 진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전날 오후 5시18분 '광역1호'를 발령했다. 산림당국은 같은 시간 강릉시 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현장지휘본부를 두고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주민 311명이 강릉시 성산면 성산초등학교, 노인종합복지회관, 강릉초등학교로 흩어져 몸을 피했다. 한때 강릉교도소도 재소자들을 원주교도소로 옮길 지 여부를 고심했으나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뎌지면서 이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불에 탄 가옥과 펜션이 30채로 확인됐다.

전날 오전 11시42분쯤 삼척시 도계읍 점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13시간째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불이 민간인 소유의 화약고로 번지고 있어 소방당국이 방어선을 마련하는 데 애쓰고 있다. 삼척에는 현재 건조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발효돼있다.

산림당국이 산불 진화 헬기 14대, 진화차 9대, 소방차 9대, 기계화시스템 7대, 등짐펌프 등 개인장비 500점과 산불진화대 904명을 투입했으나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해가 진 뒤 헬기와 인력이 철수했고 산림청 소속 산불전문진화대 90명이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산림당국은 삼척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했다. 현재 점리 마을 가옥 3채와 늑구2리 가옥 7채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방차 5대와 진화차 3대, 인원 45명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군부대 등 가용 인력을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폐가 1채가 전소됐고 잠정 집계된 소실 면적은 10㏊다.

두 지역 모두 불에 타기 쉬운 침엽수가 우거져있는 소나무 단순림 지역에서 불이 난데다 건조경보가 발효 중인 상태라 피해가 커졌다. 초속 20m에 달하는 강풍이 분 탓에 화재 당일 진화가 쉽지 않았다. 바람이 7일 오전이 되면서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불길의 확산 속도는 주춤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가능한 모든 군부대와 공무원 등 산불 진화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산불 진화에 최선을 다하라”고 국민안전처 장관, 국방부 장관, 산림청장, 지자체 등 유관기관에 지시했다.

강릉은 날이 밝는 대로 육군 병력 2000명 등과 헬기 7대를 투입해 완전 진화에 나설 방침이다. 삼척은 헬기 11대와 진화차 13대, 소방차 10대, 기계화시스템 7대, 개인장비 1000점과 육군 병력 800명 등 1030명의 인력을 투입한다. 산림당국은 산불이 진화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