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분류기 믿어도 될까…개표 참여 최후의 방법은?

입력 2017-05-06 21:51


3일, 딱 3일 남았습니다. 19대 대통령 선거. 그리고 선거를 19일 앞두고 공개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 최진성 감독의 ‘더 플랜’입니다. 지난 18대 대선의 개표 과정에서 조작, 즉 어떤 계획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영화입니다.

의혹을 짚어보기 전에 개표 과정부터 복습해볼까요? 개표 현장의 첫 관문은 접수부. 투표함 수량, 봉인 상태 등을 확인하는 곳이죠. 그 뒤 개함부에서 투표함을 열어 투표지를 정리해요. 그 다음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여기가 바로 문제 구간입니다. 분류기에 투표지를 넣으면 후보자별로 정리되는데 분류되지 않은 투표지는 따로 모이죠. 도장을 여러 번 찍거나, 두 후보 사이에 걸쳐 찍거나, 반쯤 찍거나, 잉크가 번졌을 때, 기계는 용지를 분류하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분류된 투표지와 미분류 투표지는 모두 심사집계부로 옮겨집니다. 여기서 분류된 투표지는 은행에서 돈을 셀 때 쓰는 바로 이 기계, 심사계수기에 넣어 투표지가 뒤섞기지 않았는지 개표사무원들이 육안으로 확인합니다. 미분류 투표지는 유효표와 무효표로 나누고 유효표를 후보자별로 구분합니다. 이후 개표 상황표 확인석, 위원 검열석, 보고석을 거치면 개표가 끝나는 거죠.

더 플랜이 문제 삼은 건 투표지분류기의 미분류율입니다. 지난 18대 대선 투표지 미분류율은 3.6%. 이 수치가 과다하다는 지적이에요. 미분류표의 90%이상은 유효표였다면서 기계가 정상적인 투표지까지 미분류로 뱉어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미분류율과 오류율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말 그대로 분류를 못한 것일 뿐, 틀리게 분류한 게 아니라는 거죠. 조금이라도 애매한 투표지가 미분류되면 사람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니까 미분류표가 많은 게 오히려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해명했어요.

더 플랜은 후보자 사이의 미분류표 비율 차이가 더 큰 문제라고 봤어요. 예를 들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전체 표 비율이 5:5라면 분류표에서도, 미분류표에서도 이 비율이 유지되는 게 자연스럽죠. 그런데 미분류표에서는 6:4로 박 후보의 득표가 문 후보보다 1.5배 많았다는 거예요. 더 플랜은 전국 모든 개표소에서 이 비율이 1.5에 가까운 정규분포를 보인 점이 수상하다며, 중앙에서 투표지분류기 프로그램을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어요.

하지만 선관위는 ‘연령’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 후보의 주된 지지층이 50대 이상이었다는 점을 대입하면 미분류된 노년층 투표지 가운데 박 후보 표가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노인들 표가 미분류된 비율이 높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선관위는 시골지역과 도시지역을 비교했어요. 60대 이상 인구가 도시보다 1.9배 많은 시골의 미분류율은 5%대로 도시지역 2%대보다 1.8배 정도 많았거든요.

지난 대선 투표지는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선관위는 더 플랜 제작진이 요구한다면 이번 대선이 끝나는 대로 공개 검증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02년 투표지 분류기 도입 이후 소송을 통해 25번이나 재검표를 했지만 선거 결과가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자신하면서요. 지난 대선 투표지 분류기를 만들었던 업체도 발끈했어요. 같은 기계를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요.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는 재검표를 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죠.

모두가 걱정하는 건 사흘 뒤에 치를 19대 대선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난 대선까지 10년간 사용됐던 투표지분류기가 다른 제조업체 기계로 바뀌었어요. 개표사무참관단도 생겼고요. 정당, 시민단체, 언론사 출신 인물로 구성된 16명의 참관단이 지난 2월부터 투표지 분류기를 점검하고 투표 준비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지난해 총선부터 일반 시민들도 개표 참관인으로 개표 현장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는 것도 달라졌네요. 이번 대선에도 최소 만 명의 참관인이 감시의 눈이 될 거예요.

선거를 투명하게 하는 건 유권자들의 깐깐한 눈과 문제의식입니다. 개표 참관 신청을 못하셨다고요? 마지막 방법이 남아있어요. 선거 하루 전인 5월 8일까지 시군구 선관위에 개표 관람을 신청하면 멀리서나마 개표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선거, 같이 만들어요!

Who watches the Watchmen?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영화 ‘왓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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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