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서 수개표 가능할까?
더플랜 제작자 김어준은 부정 개표를 막기 위해 투표소에서 사람이 직접 손으로 개표하는 ‘투표소 개표’를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1만350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끝나면 투표함을 252곳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로 가져와 전자개표기로 분류하는 ‘개표소 집중개표’를 시행하고 있다.
당장 이번 대선에 투표소 개표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직선거법 제172조 1항은 ‘개표사무는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가 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52곳의 지역 선관위 외에는 투표함을 열 수 없다는 뜻이다. 개표 방식을 바꾸려면 법을 개정해 개표사무의 주체를 손봐야 한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정당간 합의 과정을 거친다. 선거법 개정은 관례상 원내 모든 정당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법이 개정되면 9명의 선관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선관위 전체위원회에서 세부 규칙을 정한 뒤 최종적으로 개표 방법이 변경된다.
손과 기계, 뭐가 더 공정할까
실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1월 16일 투표소에서 사람이 손으로 직접 표를 분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전자개표기로 개표하면 개표 참관인들이 초반에는 집중해서 보지만 나중엔 잘 안 본다.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소수의 개표소가 아니라 1만여곳이 넘는 투표소에서 사람이 손으로 표를 세면 여러 사람이 지켜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개표가 전자개표보다 공정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실제 개표 조작 관련 소송으로 재검표를 한 결과, 전자개표기 도입 이전인 제1회 동시지방선거는 5차례, 제2회 동시지방선거는 3차례 당선자가 바뀌었지만 2002년 전자개표기 도입된 뒤에는 25차례 모두 그대로였다.
개표 방식을 바꿀 경우 관리·감독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표소에는 개표사무원만 있는 게 아니라 비상상황을 대비해 소방대원, 한국전력공사 직원, 경찰 등이 있는데 이러한 인력을 1만3500여 곳의 투표소에 배치할 수 없다”며 “보안·감시체계 구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야. 우리가 고민해야할 문제는 이 방법을 믿느냐야.”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 빈은 야구단 운영 방법을 두고 설왕설래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집중개표를 하는 영국이 투표소 개표를 하는 독일보다 민주주의가 뒤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루소는 국가와 법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신뢰하는 ‘시민종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를 손으로 세느냐 기계로 세느냐, 선관위에서 세느냐 투표소에서 세느냐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진짜문제는 개표 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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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김민겸 인턴기자 이재민 디자이너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