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사진)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5일(현지시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다음달 8일 조기 총선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메이 총리는 '방심은 금물'이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했고,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선거 패배의 공을 활동가들에게 떠넘긴채 숨죽이고 있다며 책임론에 휩싸였다.
5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인 텔레그래프, 파이낸설타임스(FT)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은 88개 지역에서 실시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558석을 더 늘렸다. 보수당은 거의 전 지역에서 약진했다. 노동당의 아성인 북부의 원전지대 컴브리아에서도 12석을 거둬들였고, 웨일즈에서는 81석, 스코틀랜드에서도 164석을 각각 획득했다.
보수당의 압승은 메이 총리의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든 것으로 분석됐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 총리의 강경한 언사가 노동당은 물론 영국 독립당의 지지 기반을 허무는 데 한몫을 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자는 제레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다. 노동당은 320석을 잃는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맥을 못추며 이 지역에서 의석수 기준 3위 정당으로 밀려났다. 전통의 텃밭인 북부의 컴브리아에서도 10석을 내준 가운데 웨일즈에서도 62석을 잃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지난 2015년 선거에서 400만표 이상을 얻으며 선전한 영국 독립당(UKIP), 그리고 자유민주당도 메이 바람에 휩쓸려 무너졌다. 영국독립당은 114석을 잃으며 의석수 단 1석의 군소정당으로 쪼그라들었고, 자유민주당은 37석을 내줬다.
브렉시트 이후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해온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31석을 늘려 보수당과 더불어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로 부상했다. 녹색당도 6석을 추가했다.
보수당은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내달 8일 조기총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됐다.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 앞서 보수당이 조기 총선에서 과반(325석)을 훌쩍 넘는 최대 395석(현재 330석)까지 의석을 늘릴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메이 총리는 지방 선거 승리에 대해 “다음달 총선에서 어떤 것도 당연시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강해질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말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보수당의 전략가들은 집권당이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한다고 여기면 유권자들이 야당에 표를 던지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영국 독립당의 몰락은 스스로를 브렉시트를 추진할 적임자로 포지셔닝해온 메이 총리에게는 호재라고 지적했다. 영국 독립당은 지난 2015년 선거에서 400만 표를 얻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번 선거에서 몰락했다.
한편, 노동당의 당수인 제레미 코빈은 선거 책임론에 휘말렸다. 당내 비판가들은 코빈을 겨냥해 겁쟁이에다 이기적이기까지 하다고 맹공을 가했다. 지방 선거 참패에 대해 모든 책임의 공을 활동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조익한 기자 ik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