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는 죽었다”, ‘트럼프케어’ 하원 통과

입력 2017-05-05 18:59 수정 2017-05-05 19: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케어’ 하원 통과를 축하하기 위해 공화당 하원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자축 기자회견을 열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AHCA)가 4일(현지시간) 하원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수 끝에 얻은 성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시간도 늦추고 자축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케어는 “위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는 “재앙”이라고 강조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원이 이날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법안인 트럼프케어를 찬성 217표, 반대 213표 단 4표차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 193명, 공화당 온건파 의원 20명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공화당 주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력과 당내 장악력을 의심하는 당 안팎의 눈초리를 벗어나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트럼프케어가 하원을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클릭 전략’이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3월 당내 의견 조율에 한 차례 실패했다. 당내에서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와 온건파 ‘화요모임’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 결국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다. 개인과 중소기업에 판매하는 보험에 기초 건강보험 혜택을 포함해야 하는 항목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공화당 일부 상원의원은 하원이 상정한 법안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로버트 포트먼 오하이오 의원은 “(트럼프케어가) 오하이오 주민의 의료 혜택을 보장하지 못 한다”며 반대했다. 상원은 공화당 52석, 민주당 48석이라 민주㏊당 의원이 전원 반대하고 공화당 의원이 3명만 반대해도 법안은 부결된다.

오바마케어의 핵심은 전국민 건강보험 의무 가입이다. 트럼프케어는 건강보험이 필요한 국민만 선택적으로 가입하게 한다. 또 연령에 따른 세액 공제 도입과 저소득층 보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대폭 줄여 보험료의 대폭적인 절감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저소득층이 ‘무보험 절벽’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공화당의 정책과 도덕성의 부끄러운 실패”라며 “피해를 입을 수백만을 위해 맞서자”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오늘 하원을 통과한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인 2400만명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못 받게 돼 목숨을 잃을 것”이라며 “상위 2%부자에게 수십억 달러의 세금 우대를 준다”고 비판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