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이념은 달라도 ‘질소포장’은 하나… 북한 어린이가 먹는 과자 5선

입력 2017-05-05 16:25 수정 2017-05-05 17:49
조선중앙TV가 2016년 4월 15일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에서 촬영한 북한 어린이들. 뉴시스(조선중앙TV 화면촬영)

북한 어린이도 과자를 먹는다. 휴전선 남쪽 어린이처럼 다양한 종류와 좋은 품질의 과자를 고를 수는 없지만, 부모님을 졸라 과자 한 봉지를 손에 넣는 기쁨만큼은 북한 어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념은 달라도 단맛은 하나다.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5일 온라인판에 ‘북한 과자 체험기’를 보도했다. 공교롭게 한국의 어린이날이었다. 신문은 평양 조선중앙동물원 매점 앞에서 어머니에게 과자를 사달라고 조르는 북한 어린이의 투정을 사진으로 사용했다. 스낵, 비스킷, 사탕, 강정, 탄산음료를 한 종류씩 체험하고 평점을 매겼다. 평균 점수는 3.6점. 10점 만점에서 부여한 점수다.

LA타임스

1. 튀기과자: 스낵

한국의 과자 소비자들은 말한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따라왔다.” 제과업체의 과대포장을 지적하는 말이다. 북한 역시 한국의 ‘질소과자’처럼 스낵을 부풀려 포장한다. ‘경흥’이라는 업체에서 생산한 ‘튀기과자’는 그 전형적인 사례다.

포장만 보면 불고기맛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평가는 달랐다. 신문은 “빛나는 포장에서 풍성하고 맛있게 그려진 과자는 마치 ‘치토스’처럼 보인다. 안을 보면 시들시들하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과자가 나온다”고 평했다. 평점은 4점.

무게당 열량은 칼로리(㎈) 대신 줄(J) 단위로 적혔다. 1㎈는 4.186J이다. 이 과자의 100g당 열량은 1812.9kJ. 칼로리로 환산하면 433㎉다. 다만 이 과자는 100g이 아닌 60g이다. 열량은 약 260㎉로 한국의 보통 과자보다 적은 편이다. 한국으로 수입되면 다이어트상품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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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일과자: 비스킷

‘과일과자’는 초콜릿을 사이사이에 박은 쿠키와 같은 외형을 가졌다. 하지만 쿠키에 박힌 것은 초콜릿이 아닌 파란색과 녹색의 과일향 가공품이다. 이게 젤리인지 사탕인지는 알 수 없다. 신문은 “의심스럽게 건조한 과일의 가식적인 덩어리”라고 악평했다.

열량은 100g당 1882kJ. 튀기과자보다 높다. 무게 역시 300g으로 풍성한 편이다. 제조사는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이었다. 신문은 “튀기과자처럼 과대포장됐다. 쿠키는 창백하다. 북한 주민들이 자극적인 단맛을 싫어한다고 들었다”며 “불가사의하게도 ‘프루트룹스’ 맛이 난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6점을 부여했다. ‘푸르트룹스’는 켈로그사의 시리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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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나나목화사탕: 사탕

포장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바나나 과자를 닮았다. 내용물은 마시멜로처럼 보인다. 신문은 이 제품을 영문으로 ‘바나나 코튼캔디(Banana cotton candy)’라고 소개했다. 코튼캔디는 솜사탕을 뜻한다. 솜은 목화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목화사탕’으로 불리는 듯하다.

포장에서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ISO 2000 식품안전관리체계 인증을 받았습니다.’ ISO는 국제표준화기구다. 다만 어떤 부분에 표준을 적용했는지 사진만 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제조사 명칭 역시 사진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선흥식료공장’으로만 추정된다.

신문은 “포장을 열자마자 바나나 마시멜로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맛은 ‘서커스 피넛캔디’와 비슷하다. 하지만 잘 양념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했다. ‘서커스 피넛캔디’는 스팽글러사의 땅콩모양 마시멜로다. 평점은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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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정

제품명 없는 투명 비닐 안에 개별 포장한 깨강정이 담겼다. 개별 포장지에는 ‘선흥식료공장’이라고 적혔다. 신문은 이 과자에 최악의 평점을 매겼다. 1점이다. 다만 강정은 미주·유럽계에게 매우 낯선 과자여서 평점은 주관적일 수 있다.

신문은 “이런 종류를 싫어한다. 끈적거리면서 단단하다. 재료는 깨지만, 저속한 향과 식감이 느껴진다”며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라이스 크리스피’를 삼킨 것처럼 치아에 달라붙는다”고 평했다. ‘라이스 크리스피’는 캘로그사의 시리얼바다. 강정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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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코코아향 탄산단물: 탄산음료

외형은 콜라다. 빨간 포장과 다소 잘록한 병을 보면 ‘코카콜라’를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음료 색상은 검다. 다만 코코아향이라는 점에서 그 맛을 궁금하게 만든다. 열량은 100㎖당 132kJ. 칼로리로 환산하면 32㎉다. 같은 용량의 ‘코카콜라’가 4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튀기과자와 마찬가지로 다이어트식이 될 수 있다.

신문은 “코카콜라의 모조품처럼 보인다. 이름에 대해 설명하면, 북한은 모든 외래어 표기를 거부한다. 한국처럼 ‘소다’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맛보다는 이름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신문은 ‘카보네이티드 스윗 워터(Carbonated sweet water)’ 즉 ‘탄산단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영문 번역해 소개했다. 평점은 5점. 상대적으로 높았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북한 과자

미국 LA타임스 기사: https://goo.gl/XHSb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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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