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 사태로 원자재를 현지에 그대로 놓고 와야 했던 기업에 대해 법원이 “거래처에 원자재 값을 물어줄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개성공단 자산동결 조치 등이 원자재를 반환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오선희)는 주식회사 A사 등 2곳이 거래처 B사 등 2곳을 상대로 “자재 물품 대금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사는 2016년 1월 B사와 임가공계약을 맺었다. A사가 따라 북한 개성공단에 위치한 B사 공장에 원자재를 공급하면, B사는 이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A사에 납품한 뒤 가공비를 받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터지며 두 회사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직원을 모두 추방하고 남아있는 자산을 전부 동결·청산하겠다고 맞섰다. B사는 개성공단 공장에 보관하고 있던 A사 원자재를 반출하지 못했다. A사는 “원자재 값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사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내 자산 동결·직원 추방 조치로 B사는 A사로부터 받은 원자재를 돌려줄 수 없게 됐다”며 “두 회사 계약은 쌍방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사자 쌍방 책임 없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두 회사는 각각 계약상 의무를 면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법원 "개성공단 폐쇄로 원자재 반출 못한 기업, 거래처 배상 책임 없어"
입력 2017-05-05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