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 가해자 형사처벌 될까, '추행' 성립요건 보니…

입력 2017-05-05 11:38

유승민 대선후보의 딸 유담씨에게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를 한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마포경찰서는 5일 오전 서초구에서 이모(30)씨를 용의자로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4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유세 현장에서 유담씨와 사진을 찍다가 어깨에 팔을 두르고 얼굴을 밀착시키는 행위를 했다. 이 사진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성희롱' '성추행' 논란이 빚어졌다.

바른정당과 유담씨 측은 5일 새벽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네티즌 제보가 잇따랐으며, 경찰은 5일 오전 10시쯤 이씨를 연행했다. 임의동행 형식으로 마포서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이 수사 의뢰된 사실관계를 통해 염두에 두고 있는 적용 혐의는 '강제추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성립 요건이 까다로운 성범죄 특성 탓에 이 남성에게 형사처벌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형법은 성범죄를 '강간과 추행의 죄'(형법 2편 32장)와 '성풍속에 관한 죄'(2편 22장)로 구분하고 있다. 강간과 추행의 죄는 개인의 성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성풍속에 관한 죄는 사회 일반의 건전한 성풍속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형법을 벗어나면 여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 아동복지법, 풍속영업 규제법, 윤락행위 방지법, 경범죄처벌법 등 여러 특별법이 성범죄를 다루고 있다.

흔히 말하는 '성추행'의 형법 용어는 '강제추행'이다. 형법 제299조는 강제추행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 행위'로 정의했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미수범도 처벌된다. 친고죄였으나 2013년부터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 전제돼야 한다. 그 폭행이나 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가 돼야 한다. 또 '추행'이라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도덕감정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 행위라야 인정된다.

①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가 
② 있었다면 어느 정도였는가 
③ 실제 추행이 벌어졌는가 
④ 그것은 성적 수치심을 주었는가

이 같은 요건이 갖춰져야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각 항목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그 판단의 기준을 제시했다.

① 술자리에서 '러브샷'을 강요하는 행위

= 신체적 접촉이 있으면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인정.

② 엘리베이터 등 밀폐된 장소에서의 성기 노출

= 항거 불능 상태에서의 행위로 판단해 강제추행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

③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어깨를 주무르는 경우

=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 행위라면 강제추행 성립.

④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피해자를 뒤에서 껴안아 신체 접촉을 한 경우

= 강제추행으로 인정.

유담씨에 대한 이씨의 행동도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려면 이런 요건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대중 앞에서 벌어진 일이고, 미처 항거할 여유도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으며, 실제 어깨에 팔을 올렸고, 혀를 길게 내밀어 유담씨 얼굴에 밀착시키듯 했다. 유담씨가 반항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상황에서 구체적인 추행 행위가 있었다. 또 이는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