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지칭하며 "레드라인 넘었다" 정면 비판

입력 2017-05-04 17:29
북한이 이례적으로 ‘중국’을 직접 지칭하며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손잡고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보다 직접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철이라는 필명으로 게재된 ‘조·중(북·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했다. 그간 ‘우리 주변국’ ‘대국’ 등으로 칭하며 중국이라는 국명을 거론하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상대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 당해온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중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며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본격적으로 높여왔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같은 언론을 통해 ‘원유공급 중단’ ‘북한 핵 시설 타격 용인’ 등을 언급하며 대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북한 역시 중국의 달라진 태도에 반발했다. 지난 2월 조선중앙통신은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중국을 ‘대국’으로 칭하며 비판했다. 지난달 21일에도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가 그리도 좋은가’라는 논평에서 중국을 ‘우리 주변국’으로 표현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북한이 과거 간접적으로 중국을 비판한 적은 있지만 중국을 직접 지칭해 비판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북한이 중국의 최근 행보에 불만이 많다는 의미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대북제재 압박 캠페인에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 북한 언론의 반응은 이와 같은 캠페인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