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을 갖고 있는 국내 발달장애인은 15만3000여명이다. 그들을 위한 선거홍보물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래된 일이지만 19대 대선 역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겐 '친절하지 않은' 선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 전문 콘텐츠 제작기관 '피치마켓'이 4일 발달장애인용 '대선 공약집'을 만들어 공개했다. 주요 정당 대선후보 5명의 10대 공약을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과 어휘로 번안하고 70여개 삽화를 곁들였다.
이들이 만든 '발달지적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대선 공약집'은 전자책으로 출판됐다. 피치마켓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다.
피치마켓은 "참정권이 있지만 주체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기 힘든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며 "지적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 지금의 선거 공약을 읽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특히 현재의 사회적 상황과 전문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문해력이 없다면 주체적인 투표가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엄마를 따라 투표한다'는 소리가 나온다"며 "선거 때마다 대두하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피치마켓은 발달장애인의 정보 평등을 위해 청년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다. 연구와 당사자 감수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읽는 문학 도서를 출판하고, 공공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왔다.
지적발달장애인은 사회적 상황과 전문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문해력이 부족하다. 각 대선후보의 공약집은 이들이 읽고 이해하기 어려워 결국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정책 정보를 제작·배포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