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달 29일 전화통화를 한 지 닷새 만에 이번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시 주석이 3일 두테르테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4일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 안정 유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원칙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면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마약과의 전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북핵 문제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은 필리핀이 아세안 순회의장국이기 때문이다. 인민일보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는 “미·중 정상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통화한 의미는 북한을 향해 아세안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단념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 외의 사안에서는 미·중 정상에 대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반미’ 태도가 대비됐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지난해 두 차례 회담으로 양국은 관계 개선과 발전에 대한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고 평가했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에 비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초대에 대해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 러시아도 가야 하고, 이스라엘도 가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