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고공행진, 지난해 총선 2배… 20% 넘어설 듯

입력 2017-05-04 11:37

19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11시 현재 전국 투표율이 3.53%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선 당시 같은 시간대 투표율 1.74%의 2배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총선 사전투표율은 12.2%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전 11시 기준 전국 4248만명 유권자 중 약 150만이 투표해 3.53%의 투표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5.55%로 가장 높고, 전북(4.92%), 광주(4.74%), 세종(4.67%)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대구(2.89%)다.

황금연휴 중이어서 사전투표율이 매우 높으리란 관측과 뜻밖에 저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혼재했지만, 초반 추세는 20% 돌파를 낙관할 만한 수준이다. 과거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사전투표가 두 차례 실시됐다.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1.5%, 지난해 4·13총선은 12.2%였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을 15% 안팎으로 내다봤었다.

사전투표는 19대 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각 당은 사전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사전투표율이 높을 경우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강'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최대 수혜자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체 사전투표율보다 연령대별 투표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젊은층이 사전투표를 더 선호하는 점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20대 사전투표율은 약 16%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12.2%), 50대(11.5%), 70대(10%) 순이었고, 30대와 40대는 9%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총선에서 30대 이하 투표율이 크게 높아졌던 것(30대는 5%p, 20대는 11.2%p 증가) 사전투표의 영향이었다. 이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젊은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리란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사전투표에 나선다는 건 이미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는 뜻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표심과 달리 문재인 후보는 '콘크리트'에 가까운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 막판 변수에 신경 쓰지 않고 투표장에 간다면 문재인 후보 지지자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지지율 1위를 지켜온 문재인 후보와 추격하고 있는 안철수 홍준표 후보의 지지층은 '연령층'에서 확연히 나뉜다. 2030 세대에선 문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5060 세대는 '문재인 견제' 심리가 두드러진다. 19대 대선은 세대 간 표 대결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전투표 역시 어느 연령층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선거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고령층이 대거 참여할 경우 그간 여론조사에서 속내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거나 오락가락 했던 '샤이 보수'의 힘이 표출되는 셈이다.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20~40대 투표율과 50~70대 투표율은 각각 약 36%와 약 34%였다. 세대별 투표율이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경우, 특히 고령층의 참여가 크게 높아져 역전될 경우 높은 사전투표율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

하지만 선관위는 본 투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사전투표의 연령대별 투표율은 공개하지 않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