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사전투표가 4일 시작됐다. 대선 사상 처음 이틀간 실시된다. 황금연휴 중이어서 사전투표율이 매우 높으리란 관측과 뜻밖에 저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혼재한다. 최대 20%에 달하리란 예상도 있었지만, 중앙선관위는 15% 안팎으로 내다봤다.
각 당은 사전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사전투표율이 높을 경우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강'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최대 수혜자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체 사전투표율보다 연령대별 투표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높은 사전투표율=문재인 유리"… 근거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가 두 차례 실시됐다.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1.5%, 지난해 4·13총선은 12.2%였다. 전례가 둘뿐이지만 사전투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지방선거나 총선에 비해 유권자 관심이 큰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전투표율은 지난 두 차례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젊은층이 사전투표를 더 선호하는 점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20대 사전투표율은 약 16%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12.2%), 50대(11.5%), 70대(10%) 순이었고, 30대와 40대는 9%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총선에서 30대 이하 투표율이 크게 높아졌던 것(30대는 5%p, 20대는 11.2%p 증가) 사전투표의 영향이었다. 이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젊은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리란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사전투표에 나선다는 건 이미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는 뜻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표심과 달리 문재인 후보는 '콘크리트'에 가까운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 막판 변수에 신경 쓰지 않고 투표장에 간다면 문재인 후보 지지자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 사전투표도 세대 경쟁… "투표 연령대 주목해야"
지지율 1위를 지켜온 문재인 후보와 추격하고 있는 안철수 홍준표 후보의 지지층은 '연령층'에서 확연히 나뉜다. 2030 세대에선 문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5060 세대는 '문재인 견제' 심리가 두드러진다. 19대 대선은 세대 간 표 대결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가능성이 크다.
사전투표 역시 어느 연령층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선거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고령층이 대거 참여할 경우 그간 여론조사에서 속내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거나 오락가락 했던 '샤이 보수'의 힘이 표출되는 셈이다.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20~40대 투표율과 50~70대 투표율은 각각 약 36%와 약 34%였다. 세대별 투표율이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경우, 특히 고령층의 참여가 크게 높아져 역전될 경우 높은 사전투표율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
◇ 사전투표 표심 잡아라… 치열한 경쟁
문재인 후보는 3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사전투표 붐업 퍼포먼스'를 갖고 젊은층 유권자들과 함께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사전투표율이 25%를 넘어서면 홍대 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먼저 투표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먼투족'과 '투표해야 대통령이 문재인'이라는 뜻의 '투대문'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철수 후보는 사전투표 독려 동영상을 통해 "미래를 여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겠다. 사전투표로 반드시 찍을 후보, 누굽니까"라며 저음의 연설톤으로 투표 독려를 했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개발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의 이름을 따 'V3 캠페인'을 시작했다. '투표(VOTE)한 뒤, 휴가(VACATION)가면, 승리(VICTORY)한다'는 뜻이다.
홍준표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자신을 찍은 인증샷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사전투표 인증샷을 올린 투표자 중 500명을 선정해 홍준표 후보 당선 시 청와대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딸 유담 씨와 함께 2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대현문화공원에서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 피켓을 들고 유권자들에게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엄지 척’(1번), ‘브이’(2번), ‘오케이’(3번) 등 투표 인증샷도 허용돼 전국적인 투표 독려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당일에도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다만 투표용지 촬영은 여전히 금지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