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30초 정정보도 헤드라인… SBS ‘문재인 세월호’ 파문 사과 (영상)

입력 2017-05-03 21:29 수정 2017-05-03 22:17
김성준 SBS 8뉴스 앵커가 3일 방송 시작과 함께 ‘세월호 인양 지연’ 보도 파문을 사과했다. SBS는 정정보도로 5분30초를 할애했다. SBS 방송 화면촬영

SBS 8뉴스 김성준 앵커가 ‘세월호 인양 지연’ 보도 파문을 사과했다. 방송 시작부터 스튜디오에 선 채로 등장해 보도 내용을 바로잡고 사과했다. 무려 5분30초나 할애한 정정보도였다. 김 앵커는 SBS 뉴스 부문 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이다.

 김 앵커는 3일 오후 8시 방송을 시작한 8뉴스에서 하루 전 ‘해양수산부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눈치를 보고 세월호 인양을 고의적으로 지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 내용을 바로잡았다. ‘TV토론이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첫 기사를 미루고 헤드라인으로 앞세운 정정보도였다.

 김 앵커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자마자 “우리는 어제 8뉴스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관련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이에 따라 선체 인양 고의 지연 의혹에 대한 조사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사를 방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 탄핵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을 감지한 해수부가 인양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꿨다는 의혹을 짚으려 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복잡한 사실관계를 명료하게 분리하지 못해 발제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 문재인 후보, 시청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SBS 8뉴스는 지난 2일 익명의 해수부 직원 발언을 인용해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하고 차기 정권과의 거래를 시도했음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이 직원은 방송에서 “이것(세월호 인양)은 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다. 정권 창출 전에 (세월호 이슈를) 갖다 바치고, 문 후보가 약속한 해수부 2차관을 만들고, 해양경찰을 해수부에 집어 넣고, 이런 게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대선캠프 공보단장인 박광온 의원은 논평을 내고 “세월호 인양이 문 후보 측과 관련된 것처럼 보도한 SBS의 무책임한 태도에 강력히 항의한다. 해당 보도에 등장한 해수부 직원의 신분을 밝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대응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공무원의 공작적 선거개입 시도’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해수부 역시 해명자료를 내고 “기술적 문제로 세월호 인양이 늦춰졌지만 차기 정권과의 거래가 있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인양은 어떤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SBS 8뉴스는 지난 2일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적으로 지연해 차기 정권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SBS 방송 화면촬영

 SBS는 해당 기사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해명자료를 냈다. “해수부가 문 후보의 눈치를 보고 세월호 인양을 고의적으로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기사 내용과 정반대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오보를 인정했다.

 하지만 ‘SBS가 문 후보의 외압으로 기사를 삭제했다’는 의혹이 대선판 전체로 퍼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날 부산 남포동의 한 광장 유세에서 “겁을 줬는지 SBS에서 그게 잘못된 뉴스라고 발표했다. 해수부 직원 목소리까지 녹음됐다. 내가 집권하면 SBS 8뉴스를 싹 없애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앵커는 정정보도에서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다. SBS 보도 책임자로서 기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문제가 생긴 점에서 내가 책임져야 한다”며 “인터뷰의 일부 자극적 표현들이 특정 후보에게 근거 없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지만 여과 없이 방송한 점, 녹취 내용에 대한 반론을 싣지 못한 점은 잘못이다.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 “해당 기사를 SBS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서 삭제했다. 내가 보도 책임자로서 직접 내린 결정이었다. 그 결정에 외부의 어떤 압력도 없었다”며 “정치권에 부탁한다. 보도 내용이나 해명 과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