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번 ○○○후보는 ○○교회 안수집사이고, 그의 부인 ○○○여사는 신앙이 아주 좋은 권사님이시랍니다…투표에 참작, 적극 후원바랍니다.’
경북 청송에 사는 80대 초반의 원로 장로는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를 받았다. 그는 곧바로 자녀와 손자 등 20명 가까이 활동하는 단체카톡방에 ‘참고해라’는 메시지와 함께 해당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해당 후보 부부의 신앙경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4일부터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가 치러지는 가운데 기독교계 진영에서 ‘가짜뉴스’와 ‘무단 명칭 사용’ 등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교계 시민단체 등은 공명선거를 위한 목회자와 성도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교계발 불법선거 논란, 왜
지난 2일 기독자유당의 ‘범기독교계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 논란(국민일보 3일자 25면)과 관련, 교계 일각에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기독자유당은 수년 전부터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를 출마시켰지만 교계 전반에 걸친 정서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 입지는 좁아진 상태였다. 지난해 20대 총선의 득표율은 2.6%에 그쳤다.
윤은주 공의정치포럼 사무총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독자유당이 교계 대표성을 띠지도 못하면서 ‘범기독교계’란 표현을 쓴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기독교의 위상과 이미지만 추락시키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런 행태는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교계 인사들의 욕심과 표심을 얻으려는 대선 후보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주간신문은 지난 1일 ‘범기독교계는 5·9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명하여, 지지를 선언한다’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가짜 뉴스’를 올렸다. 이 뉴스는 순식간에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검증되지도 정보들이 삽시간에 일반 유권자들을 현혹해 여론조사 결과 등이 공표되지 않는 ‘깜깜이 선거’기간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다분한 셈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는 ‘기도대성회’, ‘금식기도회’ 같은 대규모 교계 집회에서도 특정 후보의 지지를 암시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단체들에 비해 모임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교회나 교계 단체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팩트체크·개표참관인 교육도
기윤실과 공의정치포럼, 성서한국 등 9개 기독교시민단체들로 꾸려진 ‘공명선거시민네트워크’(공선넷)는 4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짜뉴스·여론조작 중단’ 등을 촉구한다.
앞서 공선넷은 서울과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1800여명의 개표 참관인을 모집한데 이어 관련 교육을 완료했다. 이들은 대선 당일인 오는 9일 전국의 주요 개표소에 투입돼 개표 현황을 직접 참관·감시할 예정이다. 기윤실은 이미 SNS에 유포되는 일부 후보들의 교계 관련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2017 정의평화기독교대선운동’(기독교대선운동)은 주요 교회와 대학 등에 자체 제작한 정책자료집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나라’를 1만권을 배포했다. 기독교 가치관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제시하면서 대선 후보들의 정책들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독교대선운동 홍보위원장 장병기 목사는 “‘유언비어 설교하지 않기’ ‘가짜뉴스 퍼 나르지 않기’ 등에 대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20건 정도의 가짜 뉴스를 선별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