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변조 인터뷰 복원해보니…'문재인 세월호' SBS 보도 후폭풍

입력 2017-05-03 16:29 수정 2017-05-03 16:33
한 딴지일보 회원이 SBS보도 속 인터뷰의 변조된 음성을 복원해 공개한 영상. 딴지일보 화면 캡처

차기 정부 눈치를 보고 세월호 인양을 지연했다는 SBS뉴스가 3일 삭제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 보도의 근거 발언을 한 익명의 해양수산부 직원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안팎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관계자가 아니다"며 인터뷰한 공무원 신원 확인 작업에 나섰다. 인터넷에서는 인터뷰에 변조된 목소리를 복원해 직접 찾아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3일 진보성향 인터넷커뮤니티 딴지일보에는 전날 방송된 SBS 보도 인터뷰에 응한 익명의 해수부 직원의 변조 목소리를 복원한 음성 파일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해수부가 SBS인터뷰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직원을 찾겠다고 했지만, 네티즌이 직접 찾아보겠다는 나선 것이다. 

방송 업계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회원은 해당 인터뷰 속 변조 목소리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많이 뭉개졌다며 자막을 보지 않고는 내용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회원은 SBS보도의 시작 부분을 읽는 여성 앵커의 정상 목소리를 변조한 뒤, 이를 원래의 목소리로 다시 복원하는 방식에 아이디어를 얻어 변조된 해수부 공무원의 목소리 복원을 했다고 밝혔다.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3가지 복원한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자막이 없으면 잘 들리지 않던 변조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또 다른 회원은 '최대한 사람다운 목소리를 기준'으로 변조 음성을 복원했다며 음성 파일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목소리 속도와 변성도를 최대한 줘서 (목소리를) 일그러뜨렸다"면서 "이렇게까지 변성값을 최대로 주고 심지어 속도까지 빠르게 하는 것은 목소리를 진짜 숨기고 싶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날 SBS를 항의 방문해 보도에 등장한 해수부 공무원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항의 방문을 한 박주민 의원은 "보도본부장이 SBS와 인터뷰한 해수부 관계자가 장관, 차관, 인양추진단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줬다"면서 "실질적으로 인양 시기를 왈가왈부할 수 없는 공무원의 개인적인 생각이 마치 엄청난 사실인 것처럼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도 이날 SBS보도와 관련해 SBS 취재진과 통화한 공무원이 누구였는지를 찾는 내부 조사 착수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현재까지 해수부의 인양관계자 중에는 SBS 취재진과 통화한 이가 없다고 파악했다고 밝혔다.

또 "세월호 인양 지연 허위보도에 법적 책임 묻겠다"며 언론중재위에 SBS를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SBS는 2일 저녁 세월호가 뒤늦게 인양된 배경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했다. 그러나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지연 의혹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는 보도된 지 몇 시간이 지난 3일 오전 SBS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삭제됐다.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이날 트위터에 전날 보도 삭제와 관련해 해명글 2편을 올렸다.

오후 3시 30분쯤 올린 장문의 글에서 기사의 본래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방송됐고, 이후 다른 의혹과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보도책임자인 자신이 기사 삭제를 지시했다고 했다. 세월호 가족과 문재인 후보, 시청자에게 사과하면서도 해당 보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성준 본부장은 "해양수산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과, 탄핵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할 계획이었다"며 "기사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고 했다.

김성준 본부장은 오전에 올린 글에서는 "민감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된 데 대해 SBS 보도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