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반이 따로 있으면 좋으련만 저학년 언니오빠들하고 같이 수업을 들어야하는 점에 아내가 망설였다. 클래스는 10명 안팎인데 가장 어린 친구가 6살이고, 초등학교 3학년생도 있다고 했다. 일단 매일 엄마가 참관할 수 있다고 해서 소원을 들어주라고 했다.
기사 마감 도중 아내가 도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기사 쓰는 걸 멈추고 사진과 동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요즈음 인영이를 지켜보는 하루하루가 감사의 연속이다. 불과 1년 전만 언니 등에 매달리던 까까머리가 이제는 언니보다 짜장면을 더 많이 먹는다.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표현을 못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앗 큰일났다”며 걸음을 멈춰 엄마를 놀래킨 뒤 “연료가 떨어졌어. 안아줘.”라며 애교를 피운다. 아프지 않은 것만도 감사한데 이제는 언니오빠 틈에 끼어 함께 운동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따스한 봄 햇살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퇴근하니 인영이는 여전히 도복을 입고 있었다. 땀 냄새가 나니 빨게 벗으라는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발차기 연습에 열중이었다. 언니 윤영이는 동생의 발차기 실력이 시원찮았는지 개인레슨을 해줬다(참고로 윤영이의 태권도 경력은 6살 때 2주 다니다가 무섭다고 끊은 게 전부다). 인영이는 저녁 외식할 때도 도복을 입고 나가더니 잘 때도 입고 잔다고 고집을 피웠다. 태권 수련이 곤했는지 일찍 곯아떨어진 뒤에야 잠옷으로 갈아입힐 수 있었다. 태권소녀 인영이를 위한 도복 디자인 잠옷을 구해야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