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이 탈당을 번복하고 잔류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최순실 국조특위 위원 출신으로, 바른정당 창당에 앞장섰던 인물 중 하나다. 꼬박 하루를 고민하고 잔류를 결정했다.
황 의원은 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2일) 이 자리에서 밝힌 탈당 입장을 철회하려 한다. 지난 일요일(4월 30일) 밤부터 어제 (탈당을) 발표할 때까지 짧고 긴박한 순간 속에서 생각을 깊이 있게 정리하지 못한 채 동참했던 부족함을 깊이 자책한다”고 밝혔다.
황 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 의원 14명은 지난 1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를 만나 보수진영 단일화 등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이튿날 아침 국회로 출근하면서 보수진영 단일화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자 이들 중 13명은 오전 10시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탈당을 선언한 의원은 황 의원을 비롯해 홍문표 김성태 장제원 권성동 이진복 김재경 박성중 김학용 여상규 홍일표 박순자 이군현 의원이다. 이은재 의원은 이들보다 앞서 떠났다. 당초 탈당이 예상됐던 정운천 의원이 합류하지 않았고, 황 의원이 뒤늦게 잔류를 선언하면서 바른정당 탈당 의원은 현재 13명이다.
황 의원은 1991년 강원 홍천군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한나라당 소속이던 2008년 총선에서 국회로 입성했다. 제20대 국회까지 3선에 성공했다. 여당 위원으로 합류한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으로 질의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1월 옛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황 의원은 “(탈당) 발표 직전까지 이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보수 대통합과 대개혁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함께 이뤄야 한다는 동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동참했다”며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많은 고민과 고뇌를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결정한, 동참한 이 길이 맞는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 탈당 철회 기자회견문
황영철 국회의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어제 밝힌 바른정당 탈당의 입장을 철회하고자 합니다. 지난 일요일 밤부터 어제 발표에 이르기까지 짧고 긴박한 순간 속에서 저의 생각을 깊이 있게 정리하지 못한 채 발표에 동참했던 저의 부족함을 깊이 자책합니다.
저는 발표 직전까지도 탈당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보수 대통합과 보수 대개혁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함께 이뤄내야 한다는 동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서 탈당 발표에 동참을 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참으로 많은 고민과 고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제가 결정한, 동참한 이 길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청문회 과정과 비상시국회의 설립, 창당과정에서 저의 정치적 언행들을 지켜보며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셨던 국민들부터 커다란 비판과 실망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고, 이것이 제가 다시 입장을 번복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불편한 시간을 보내면서, 쏟아지는 비난을 무릅쓰고 지금의 국면을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가 정치에 입문할 때 가졌던 초심을 지키는 것, 그리고 소신과 신념 당당함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것을 지키지 못 할 바에는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는 게 낫다는 큰 울림이 가슴 깊은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저의 잘못된 거취를 바로 잡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가올 대선에서 보수 세력의 의미 있는 성과를 위해 보수 대통합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여망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한민국 정치의 큰 틀 속에서 바른정당의 창당정신을 잘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대적 요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른정당에 잔류하며 지난 1월 창당하면 약속하고 다짐한대로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재건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 계속 걸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과 바른정당 당원 여러분, 저의 부족한 판단으로 혼선과 실망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어떤 비난이라도 달게 받으면서 현실이 어렵더라도 꿋꿋하게 보수 개혁의 가치와 원칙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정말 외롭고 어려운 싸움 하고 있는 유승민 후보의 마지막 선거운동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선택으로 따뜻한 자리를 포기하고 바른정당에 들어와 밤새워 일하고 있는 사무처 당직자들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제 많이 줄어든 의석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의원들과 함께 바른정당의 창당정신 가치를 지키기 위한 중단 없는 노력을 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