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전력 등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국적 회복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67)가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2014년 캐나다 국적을 취득해 현지에서 살던 A씨는 1년 만인 2015년 귀국을 결심하고 국적회복을 신청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A씨의 ‘범죄경력, 품행 미단정' 등을 문제 삼아 국적회복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1998~2001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벌금 150만~1000만원이 선고됐던 점을 근거로 삼았다.
국적법은 국가나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 자,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 병역 기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자, 국가 안전 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무부장관이 국적회복을 허가하는 게 적당치 않다고 인정하는 자 등은 국적회복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A씨는 “전과는 당사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기간으로 한정해야 한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적회복을 허가할 것인지는 정책적인 판단 영역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허가권자에게 넓은 재량권이 인정된다”면서도 “그것이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를 용인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란 단순히 범법 행위를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가 된 범법 행위의 내용과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저지른 범죄는 당시 재직하던 회사의 업무와 관련해 이뤄진 것으로서 개인적인 범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받은 형은 모두 벌금형이었고, 약 14~17년 전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차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만한 품성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적회복 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법원, “벌금형 전력 이유만으로 국적회복 불허는 위법”
입력 2017-05-03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