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칼럼]베네수엘라의 함성과 이스라엘의 호산나, 그리고 청교도 운동

입력 2017-05-03 11:57

국민들이 함성 속에 경찰차를 불태우는 등 베네수엘라의 대정부 항쟁에 관한 기사가 일간신문 국제면을 자주 메운다.


석유 강국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판 돈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등 무상 복지 정책을 펴겠다고 외쳤던 정치인의 공약으로 인해 수십 년간 좌파 정권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국가를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100달러 정도였던 유가가 30달러 선으로 떨어지자 국가 재정이 순식간에 바닥나고 말았다.

석유가 잘 팔릴 때 경제와 기업을 살렸으면 좋았을 텐데 모든 돈을 복지에만 썼다고 한다. 

그러자 기업은 해외로 이전했고 부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자 정부는 공장을 국유화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GM마저 몰수했다.

자국 내 기업은 원료나 원자재를 살 돈이 없으니 그나마 있는 공장마저 돌릴 수 없어 폐업하고, 노동자들은 길거리를 헤매게 됐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이 신문에 나올 정도였다. 급기야 정권의 절대 지지 세력들 조차 “배고파서 못 살겠다”며 “좌파 정부 물러가라”고 외치게 됐고, 이 함성은 온 나라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 한 말이 떠오른다. “국민은 사자와 같아서 예전의 공로를 알아주지 않고 당장 지금 배고프면 정치가를 버린다”는 한탄이었다. 

그토록 열렬히 지지했던 좌파 대통령을 이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수님이 떡을 만들어 백성에게 먹이고, 죽은 자를 살리며, 병든 자를 고칠 때 호산나를 외치며 우리의 왕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돌변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얼마 후 예루살렘 성전은 무너지고 모든 백성은 해외로 추방당했다. 

디아스포라가 되어 세계 각국을 유랑하다 히틀러에 의해 육백만 명이 학살되는 비극을 겪게 된다. 이것이 이스라엘 민족의 수난사다.

요즘 우리나라도 선거철이라 각종 선심성 공약이 쏟아진다. 수십만 명의 공무원을 채용해 청년 실업을 해결한다거나, 무상 급식에 이어 무상 교육, 청년 수당, 노인 수당 등을 약속하는 후보도 있다.

군인 복무 기간 단축 등 별의별 달콤한 공약이 나돈다. 그러나 돈이 어디서 나느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법인세를 올리겠다거나 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이야기를 꺼낸다. 미국에는 세금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법안이 올라가는데, 우리는 거꾸로 기업을 옥죈다. 

이러다가는 세금 적은 나라에서 생산을 늘리고, 본국에서는 이익을 적게 내고 싶다는 유혹에 기업들이 한번쯤 빠지지 않을까? 특히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에서 이익을 극도로 줄여 절세하고 싶은 생각도 할지 모른다.

프랑스에서는 이와 비슷한 정책을 쓰다가 대기업이 영국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기업을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다시 감세 정책을 펴겠다는 대선 후보에 대한 평이 제법 괜찮은 모양이다.
나도 사실 공짜는 좋다. 왜 싫겠는가. 그러나 공짜는 땀 흘려 일하는 것을 싫게 만들고 국민을 게으르게 만든다. 공짜는 국가에 어두운 미래를 가져올 뿐이다.

성경에는 6일 동안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주일에 편히 쉬는 안식일 개념이 있다. 이제 루터의 종교 개혁 500주년이 되었다. 

루터가 가장 중요하게 주장한 내용이 만민제사장설이다. 

모든 사람이 맡은 바 직무에서 성실하게 일하면 이는 곧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며, 모두가 신부나 목사와 같은 성직자라는 것이다.

이 설이 미국으로 건너가 청교도 정신을 만들었다. 내가 비록 대장장이일지라도 성실하게 일하면 자랑스러운 제사장이고, 내가 비록 목수일지라도 열심히 일하면 자랑스러운 제사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직업을 성(姓)으로 만들었다. 

스미스, 카펜터 등의 성은 이렇게 직업에서부터 유래됐다. 자신의 직업을 귀하게 여기고 성실하게 임한다는 정신이 미국을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청교도 정신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청교도 선교사들이 찾아와 이 땅에 의료, 교육, 문화 등을 전파함으로써 오늘날의 한국을 만드는 디딤돌을 놓아주었다. 

우리도 ‘근면성실’을 외쳤던 과거의 정신으로 돌아가자. 그간 잊고 살았던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초등학교 시절 급훈을 생각해 보자.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