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설경구x임시완 브로, 액션느와르와 멜로 사이

입력 2017-05-02 19:12 수정 2017-05-02 19:22
뉴시스

“저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계속해서 멜로 영화라고 얘기해왔거든요.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느와르보다 멜로를 더 많이 봤고요.”

변성현 감독의 깜짝 고백. 남자 배우들이 우르르 나오는 범죄액션영화인데 사실은 ‘멜로’였단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는 제대로 된 브로맨스를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2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초반 폭력이 난무하는 범죄액션물의 전형인 듯 보였다. 그러나 전개가 무르익을수록 차츰 온전한 제 빛깔을 뿜었다. 비주얼·음악·연출이 한 데 어우러져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타일리시함이 완성됐다.

영화는 범죄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가 교도소에서 만나 의리를 다지고, 출소 이후 의기투합하던 중 서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르를 따지자면 언더커버 무비를 표방한 범죄액션드라마다. 경찰인 형수가 교도소에 잠입해 재호 일당에게 접근한 뒤 우정을 쌓아가는 흐름은 한석규·김래원 주연의 ‘프리즌’과 겹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출소한 이후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둘은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의지한다. 가끔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기도, 그래서 다투기도 하나 이내 화해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 설정에 ‘대체 이들은 무슨 사이일까’라는 의문이 스치기도 한다.

설경구는 “사랑이었다”고 했다. 그는 “남남 브로맨스 영화가 많은데 우리는 브로맨스보다 좀 더 강한 관계가 아닐까 싶다”며 “촬영할 때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그게 영화에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시완씨를 사랑했다”고 덧붙였다.


“승낙하겠다”며 장난스럽게 입을 뗀 임시완은 “선배님이 공적인 자리에서 뜬금없이 사랑고백을 해주셔서 부담스럽고 당황스럽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선배님은 사랑이 맞았던 것 같다. 나도 부응하겠다”고 웃었다.

삼각관계까지 있었다. 극 중 재호의 친구이자 조직의 3인자 병갑 역을 소화한 김희원은 “나는 설경구 형님을 사랑하는 것을 키워드로 삼고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나쁜 짓도 하고, 심성은 그렇지 않지만 겉으로는 일부러 거친 척을 하는 외로운 사람으로 인물 설정을 했다”고 부연했다.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이경영 김성오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한 영화는 오는 17일 개봉하는 제70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이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호주 인도 대만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 전 세계 85개국에 선판매되기도 했다. 오는 18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