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 운전자의 2차 사고를 막아낸 사연이 온라인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달리는 차량을 뒤 따라가 멈춰 세웠는데요. 노인 운전자는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시흥 대야동에서 심신미약상태 할아버지의 사고”라는 제목으로 글과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지난 1일 시흥에서 서울로 올라가다 사고를 목격했다며 당시 상황을 적은 글과 3분20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사고는 한 교차로에서 발생했습니다. 교차로 안전지대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진행하던 차량은 차선을 이탈해 인도로 올라섰다 다시 도로로 내려옵니다. 무척 당황했는지 그대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맙니다. 하지만 잠시 머뭇하다 그대로 질주합니다. 블박 영상에는 엔진 소음과 함께 타이어가 끌리는 굉음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바퀴에 이상이 생긴 거죠.
영상을 보면 검은색 차량이 인도로 올라설 당시 인도에는 보행자가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인사사고로 이어질 뻔했죠. 차량 운전자는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듯 합니다. 타이어를 끌며 계속 달립니다. 글쓴이가 경적을 울리며 주의를 끌자 마침내 멈춰섭니다.
영상에는 글쓴이가 사고 차량으로 달려가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그는 순간 급발진, 저혈당 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 문을 열어보니 70대 할아버지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듯해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글쓴이는 재빨리 운전석에서 차량 열쇠를 빼내 더이상 운행할 수 없게 막았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어눌한 말투로 “왜 나를 잡아두느냐”며 수차례 항의했고, 글쓴이는 흥분한 할아버지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면서 상황은 종료됐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할아버지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은 뒤 따라간 운전자의 노력으로 아무 일 없이 마무리 됐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수많은 차량들이 창문을 열고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그대로 외면하고 가버렸다며 씁쓸해 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소유한 차량은 2016년 기준 총 212만4000대로, 2007년 112만9000대와 비교해 99만5000대 늘었습니다. 또 전체 차량 중 고령자 소유 차량의 비중도 같은 기간 6.9%에서 9.7%로 높아졌고요. 그만큼 노인 운전자가 증가했다는 겁니다.
고령층의 경우 청·장년층에 비해 시각과 청각 등 인지 능력이 떨어져 운전 또는 보행 중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사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적성검사 주기를 줄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