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청은 왜 하필 어린이날을 앞두고 배다리 어린이 생태놀이터를 철거했을까

입력 2017-05-01 23:31 수정 2017-05-01 23:36
인천 마을공동체운동 중심지 중 한곳인 배다리의 공유지 생태놀이터와 관련해 시민사회와 관할 동구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1일 인천 동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공무수행을 한다며 어린이들의 놀이터를 철거하고 있다. 스페이스빔 제공

지난달 20일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 어린이들이 주민들에 의해 조성된 마을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페이스빔 제공


1일 인천시민사회에 따르면 인천 동구청 직원들은 지난달 21일 오전 9시쯤 사전 예고도 없이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의 지하 산업도로 예정부지에 조성한 ‘배다리 생태놀이 숲’에 들이닥쳐 이곳에 있는 놀이기구를 일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제지에도 불구하고 철거해버렸다.

이에 배다리 주민들은 같은 날 오후 구청으로 몰려가 이흥수 동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등 항의했으나 그는 면담에 응하지 않고 퇴근시간에 맞춰 퇴청했다.

이어 동구청 직원들은 다음날인 새벽인 4월 22일 오전 1시 30분쯤 일부 철거하지 못한 놀이시설까지 모두 없애버렸다.

주민들은 “인천시의 잘못된 도로계획에 의해 이미 그 용도가 중단된 배다리 산업도로 부지를 배다리 주민들이 지난 10여 년간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온 것이 잘못이냐”며 “쓰레기가 넘쳐나던 도로부지에 조성된 놀이터의 무단 파괴한 것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한 만행”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에서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놀이터를 없애버린 인천 동구청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이흥수 청장이 먼저 이번 폭력 철거에 대한 사과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측에 이번 사태의 폭력성을 알리겠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관할 동구청이 관 주도의 ‘배다리 근대 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주민들은 “공유지 놀이터를 파괴하면서 내세운 사업이란 것도 미관을 위해 양귀비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며 “이흥수 동구청장의 사과와 놀이터 복구가 안될 경우 시민들이 앞장서서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어 “오는 5일 어린이날 이전까지 이흥수 구청장의 답변을 요청한다”며 “이때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법적 책임 외에도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국의 시민단체들과 배다리마을운동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2일 오전 10시 인천 동구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동구청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해 규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운동에 참가한 인천지역 단체는 가톨릭환경연대, 공유공간 팩토리얼, 계양 해맑은 공동육아 사회적 협동조합, 계산동마을사람들, 기차길옆 작은학교, 낙타사막, 다살림레츠, 동인천1구역발전위원회, 마을과 이웃, 마중물 도서관, 문화공간 칙칙폭폭, 문화자치연구소 거리울림, 복숭아꽃, (사)인천마을넷, 사진공간 배다리, 삼두아파트비상대책위원회, 서구 민중의 집, 송림초주변뉴스테이비상대책위원회, 스페이스 빔, 아줌마포럼, 여럿이 함께하는 동네야 놀자, 앤드씨어터, 우사모(연수2동 연수2차 우성아파트), 인권희망 강강술래, 인천~김포 간 터널구간 중·동구 연합비상대책위원회, 인천여관X루비살롱, 인천 평화 레츠, 인천YWCA, 인천노사모,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민우회, 인천여성의전화, 인천여성회, 인천평화교회, 전국여성노조인천지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인천지부, 전교조 인천지부, 주인으로 사는 인천시민모임, 참살이문학,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푸른솔 생활학교, 플레이캠퍼스, 함께하는 꿈마을 담쟁이숲, 해맑은 공동육아 사회적 협동조합, 홍예門문화연구소,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등 46개 단체이다.

배다리마을의 공동체운동을 지지하는 국내 단체 및 개인은 강경이(번역가·서울), 강민좌(영어강사·서울), 강상구(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 강재영(예술과학연구소), 강윤경(예뜰어린이집),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26번째자치구, 길정선(어린이도서연구회 일산지회), 김강(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김경윤(자유청소년도서관), 김금호(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말희(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 김명희(책과도서관), 김상만(용인굿모닝작은도서관), 김상철(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26번째자치구), 김솔지(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김승수(똑똑도서관장), 김윤환(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김일규(강원대 교수), 김은미(책놀이터 작은도서관), 김정이(예술NGO 자율공공실천 공동운영위원장), 김정희(책과도서관), 김종길(미술평론가), 김주호(용인굿모닝작은도서관), 김재성(부천시민), 김지환(바다쓰기·제주), 김향란(시민), 김현경(책이랑도서관), 김형심(시민), 김희진(전시기획), 류성효(공연기획자), 류준화(작가·경북 봉화), 민경순(책과도서관), 민경은(여러가지연구소), 민병동(무미아트), 박미숙(책과도서관), 박미진(파주 한톨작은도서관), 박상덕(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26번째자치구), 박세찬(희망연대노동조합 ‘더불어 삶’ 연대국장), 박연숙(자계예술촌 대표), 박영주(밤토실어린이도서관), 박은영(강아지똥 도서관), 박은희(안산 꽃우물작은도서관), 박정숙(책이랑 도서관), 박지숙(책과도서관), 박찬국(공공미술기획가), 박찬응(예술NGO 자율공공실천 운영위원), 박혜명(화성 무럭무럭작은도서관), 박혜영(시민), 백용성(미학자), 백정희(예다움 도서관)씨 등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