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지하 터널 교통 시스템'의 공사현장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머스크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회사 부지 안에 실험용 지하 터널을 만들고 있다. 스페이스X 직원이 그 현장 사진을 촬영해 최근 SNS에 올렸다.
이 사진은 얼마 안 돼 삭제됐지만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삭제되기 전 스크린샷을 만들어 공개하며 "머스크가 만든 터널 회사 '보링컴퍼니'의 굴착 장비'라고 보도했다. 거대한 송유관처럼 생긴 장비의 외관에 'The Boring Company'라는 회사 명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 사진을 찍은 직원은 SNS에 올리며 "또 하루 보링(Boring) 데이가 시작됐다"고 적었다. 터널 회사 명칭인 'boring'은 구멍을 파는 '천공(穿孔)'이란 뜻과 '지루한'이란 뜻을 함께 갖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X의 주차장 부지에서 실험용 터널 굴착을 시작했다. 아직 당국으로부터 터널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해 사유지에서만 터널을 팔 수 있다. 머스크는 터널 사업이 더 구체화되면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지하 터널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
머스크의 구상은 5분 늦게 출발하면 1시간 늦게 도착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심각한 도심 교통체증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LA의 교통체증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며 교통난 해소를 위한 신규 프로젝트 '보링 컴퍼니'의 시작을 알렸다. 한계에 부닥친 지상 교통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지하에 차량 이동만을 위한 대규모 터널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반적으로 지하 터널은 터널굴삭기계(TBM) 방식을 사용한다. 다수의 디스크커터를 장착한 커터헤드를 회전시켜 암반을 압쇄해 굴진하는 원형의 회전식 터널 굴진기다.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한 해저터널도 TBM 공법으로 건설됐다. 아래 영상은 TBM 공법을 사용한 지하 터널 건설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보링컴퍼니는 이 원리에 기초한 차세대 터널 굴삭 방식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28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강연에서 터널 프로젝트의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지상 도로의 특정 지점에 차량이 올라설 수 있는 받침대가 위치해 있다. 머스크는 이 받침대를 '스케이트'라고 불렀다. 스케이트는 차가 올라서면 차를 실은 채 지하 터널로 수직 하강한다.
여러 층으로 구축되는 터널의 원하는 층에 도달하면 스케이트는 레일을 변경해 차를 싣고 운전자가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시속 200㎞ 이상을 낼 수 있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스케이트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도로에 차를 내려놓는다. 이 스케이트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결합해 운전자가 따로 조작할 필요가 없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