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한센인 손잡은 한국 기독인들

입력 2017-04-30 17:12 수정 2017-05-23 09:06
때 묻은 붕대를 풀자 상처난 발이 드러났다.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가 만졌던 발이었을 것이다.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만났을 발이었다. 이들은 규칙적인 소독과 치료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 회장 이광섭 목사가 한센인에게 안수기도를 하고 있다.

이 발들을 두 손이 감쌌다. 주저함이 없었다. 상처를 닦아냈고 소독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건넨 손길에 “난드리(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그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두 손을 모았다. 

국제의료봉사회(대표 현옥철 목사)와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회장 이광섭 목사) 회원 11명은 지난 25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 바르구르(Bargur)의 한센인 마을인 안나 나가르를 방문, 한센인들과 손을 맞잡고 기도했고 그들의 환부를 닦아냈다.

국제의료봉사회 회장 현옥철 목사가 지난 25일 인도 타밀나두 주 바르구르 한센인 마을에서 한센인들의 상처를 소독한 뒤 붕대를 감고 있다.

회원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현옥철(55·통증의학 의사) 목사의 메디컬팀은 한센인들의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는 일을 담당했고, 이광섭(56·전농감리교회) 목사 등 목회자팀은 치료를 마친 주민들에게 안수기도를 했다.

한센인 스티븐(65)씨는 160㎝ 정도의 키에 깡마른 체구였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다가왔다. 치마 형태의 하의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자 앙상한 다리 곳곳에 환부가 드러났다. 제때 소독을 하지 않아 병이 퍼졌다고 했다. 현 목사는 거즈에 생리식염수를 묻혀 발 구석구석을 닦아냈고, 살균소독제 연고인 포타딘을 듬뿍 발랐다. 이어 파스처럼 생긴 대형소독거즈를 붙였고 탄력붕대를 탄탄하게 감았다.

현 목사는 “한센인들은 매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면 상태가 좋아지는데 이곳 주민들은 소독 처치조차 못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이곳을 정기 방문하면서 환자들의 상태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단체의 방문은 이번이 5번째다. 간단한 자가 소독조차 하지 못해 환부가 악화됐던 한센인들은 현 목사 팀이 올 때마다 소독 치료를 받았다. 덕분에 살이 더 이상 썩어가지 않고 새살이 돋았다. 병세도 양성에서 음성으로 돌아섰다.

파티마(45·여·가명)씨는 2년 전까지 왼쪽 발이 악화돼 절단될 위기에 처했으나 현 목사 팀의 꾸준한 방문 치료로 상처가 아물었고 지금은 절단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호전됐다. 바레이(60·여)씨는 두 발 모두 병세가 심했다. 그는 20분 가까이 정성껏 상처 소독을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거듭했다.

목회자팀은 치료를 마친 한센인들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최효석(58·무지개언약교회) 목사는 “예수의 이름으로 이들을 강건하게 하시고 평안케 하소서. 주님의 능력으로 살게 하소서” 하며 기도했다. 인도의 최하층계급인 이곳 주민들은 외부인들이 마을을 방문해 손을 잡아주고 기도하자 고마워했다. 인도 정부가 마을을 관리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존재 자체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회원들은 섭씨 38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 치료와 기도를 병행했다. 이들은 한센인들의 환부에서 풍기는 악취와 진한 약품 냄새 속에서도 쉬지 않고 환자들을 돌봤다. 현 목사는 “한센병은 호흡과 혈액으로 전염되지만 건강한 사람은 신체 접촉을 해도 완전히 무해하다”며 “꾸준한 치료와 영양 공급, 청결한 상태가 지속되면 완치되는 병이다. 그러나 진정한 치료는 격리된 그들이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르 마을은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서 동쪽으로 160㎞ 떨어진 곳이다.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361명이 살고 있으며 80여명이 한센병자다. 대부분 음성환자로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함께 살고 있다. 마을은 42년 전 인도 정부가 조성했다. 한국으로 치면 소록도 같은 곳이다.

이날 일정을 모두 마치자 소낙비가 내렸다. 예상치 못한 비였다. 주민들은 비를 맞으며 ‘축복의 비’라고 기뻐했다. 현 목사는 “한국 한센병은 1991년 종식됐지만 인도는 500만명에 가까운 한센병자들이 있다”면서 “우리 두 단체는 인도 한센인 선교에 힘써 이들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단체의 후원으로 마을회관과 메디컬센터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바르구르(인도)=글·사진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