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소재, 색다른 연출, 거침없는 키스신, 거칠기가 현실 같은 대사들, 압축적인 전개. 넋 놓고 정주행하게 된다는 마법 같은 콘텐츠, 웹드라마. 웹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A씨는 어느 날 평소처럼 드라마를 즐기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바탕으로 취재를 의뢰해왔다.
“페이스북 웹드라마, 키스신이 진하고 욕도 나와요. 초등학생들도 다 볼 수 있을 텐데 괜찮을까요?”
폭풍성장 웹드, 무기는 표현의 자유
웹드라마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에 업로드된 웹드라마는 110편. 지금은 네이버TV로 불리는 TV캐스트는 국내 최대의 웹드라마 창구다. TV캐스트에서 2013년 7편, 2014년에는 21편, 2015년 상반기에는 20여편이 유통됐으니 3년 사이 규모가 15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표현의 자유는 웹드라마가 각광받는 비결 가운데 하나다. TV 드라마라면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나 설정, 대사가 웹드라마에선 가능하다. 3분짜리 에피소드의 절반이 농밀한 키스신으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해도 괜찮고, 거친 욕설도 효과음 처리 없이 등장한다.
제약 없음의 이면
이런 자유는 종종 논란을 낳기도 한다. 지난 2월 네이버TV로 선공개된 ‘우주의 별이’ 12화는 극중 고등학생인 여자 주인공에 대한 선정적인 대사가 문제가 돼 담당 PD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여성 간의 키스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된 ‘대세는 백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영상 공개 당일 문제 회차를 재생하려면 성인 인증을 하도록 사후 조치했다. 네이버 TV 웹드라마 전체 회차의 2%가 성인 인증이 필요한 콘텐츠다.
현행법상 웹드라마에 대한 정의나 심의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성격은 방송 프로그램에 가깝지만 유통망은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라서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웹드라마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일환이므로 필요한 경우 통신 심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방심위는 유해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삭제, 이용정지, 접속차단 등의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콘텐츠에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심의규정을 위반한 게 아닐 때는 자율규제를 권고할 수 있다. 강제력은 없다. 방심위는 ‘대세는 백합’을 제공한 네이버에 자율 규제를 권한 바 있다. 방심위가 웹드라마에 관여한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다.
사각지대의 사각지대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사후 조치뿐이라는 점은 고민해 볼 문제다. 네이버 관계자는 “콘텐츠에 대한 내부 기준이 있지만 모든 게시물을 사전에 검열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문제가 된 경우에 사후 처리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그린인터넷' 정책에 따라 방심위의 인터넷 내용등급 서비스 세부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한다. 유료 영상의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받은 등급을 따른다. 카카오TV도 자체 서비스 운영정책을 통해 방심위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사후 조치라도 가능하지만 페이스북의 경우엔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다수 제작사는 페이스북 자체 계정을 통해 웹드라마를 업로드하는데 여기선 별도의 성인인증 없이 누구나 모든 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에선 성인 인증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웹드라마를 페이스북에서는 그냥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콘텐츠 제작사 72초TV 관계자는 “자체 규정 없이 플랫폼의 기준을 따르는데 페이스북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메이크어스 관계자 역시 “SNS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서 직접 업로드 할 경우 유저들이 공유하기 부적절한 부분은 없는지 정도를 내부적으로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페이스북과도 관련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현재도 국제 기준을 넘어서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협의 하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강화보단 자정
심의나 검열만이 해답은 아니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는 규제는 반감만 부추길 수 있다. 제작사가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교육과 규제로 아이들의 매체 접근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강동대 교수도 “10대 초반 학생들이 콘텐츠를 접하면 어떤 영향을 받을까를 염두에 두고 제작사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는 책임을 뜻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를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조지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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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민 기자 김태영 인턴기자 이재민 디자이너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