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리라 여겼던 학교 안에서, 그것도 시험기간에 벌어진 이 사건을 접하고 숙명여대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 많은 학생이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사건이 불거지고 처음 동국대 사학과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과문은 “숙명여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로 시작돼 있었다. 제목부터 '숙명여대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가해 학생의 학교가 아닌 피해 학생의 학교를 거론했고, 성추행을 '있었던 일'이라고 표현해 숙명여대 학생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후 숙명여대는 동국대 사학과의 공개 사과문 수정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벌였다. 약 1200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동국대 사학과는 “동국대학교 사학과 17학번 학생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수정된 사과문을 게재했다. 성추행 가해자, 동국대 총학생회의 사과문도 게재됐다.
동국대생 성추행 사건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숙명여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동국대에 가해 학생을 징계하고 가해 학생의 자필 사과문을 피해 학생에게 전달토록 요구했다. 사건 경위와 심경을 밝힌 피해 학생의 입장도 공개했다.
이 사건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네이버 검색창에 '동국대'와 '숙명여대'를 각각 입력하자 두 검색 결과 화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동국대의 연관검색어에는 이번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숙명여대 동국대’ ‘숙대 성추행’만 존재하는 반면 숙명여대는 모든 연관검색어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는 '피해자가 더 부각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흉악한 성범죄인 ‘나영이 사건’도 피해자 이름(가명)이 전면에 놓여 있고, 전남 신안의 섬마을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도 피해자가 여교사인 점에 초점을 맞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불린다.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 여성이 늦은 시간에 다닌 것은 아닌지, 옷차림은 어땠는지, 평소 행실은 어땠는지 등이 거론되곤 한다.
요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화장실 몰카(몰래카메라)와 관련해 여자화장실 칸마다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몰카를 설치해선 안 된다'는 말 대신 피해자에게 '몰카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문구만 담겨 있다.
이렇게 피해자가 부각되고,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사회에선 피해자가 되는 순간 '2차 피해'에 노출되고 만다.
김지희 객원기자